지원센터서 1년간 상담 내용 분석
“직장 고충” 87% “가족 갈등” 10%
대표 상담 55개 선정 사례집 내놔
#대기업 철강사업부에 근무하는 ‘직장맘’ A씨. 그는 지난해 육아휴직 신청을 했다가 팀장으로부터 온갖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팀장은 그에게 수시로 욕설을 퍼부었고, 당일 끝낼 수 없는 업무를 주고 마무리하고 퇴근하라고 하거나 거래가 성사될 수 없는 업무지시를 내리고 실적을 요구했다. 팀장은 “권고 사직으로 처리해 줄 테니 실업급여라도 받는 것이 어떠냐”며 퇴사를 종용하는 가 하면 A씨 남편이 개인 회생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줬다. 결국 A씨는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찾아 도움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유명 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상담 실장 자리에 오른 또 다른 직장맘 B씨. 그는 지난해 7월 육아휴직 후 회사 복귀를 하자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회사는 실장을 맡았던 B씨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팀원으로 강등 시키는가 하면 부당 인사에 항의하자 B씨를 부천으로 전보 조치했다. 노원구에 살던 B씨는 하루 4시간씩 걸려 부천으로 출퇴근해야만 했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회사측과 중재를 벌이는 동안 B씨는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서울의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의 직장맘 10명 중 7명은 육아휴직과 출산 전후 휴가를 둘러싸고 고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2014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진행한 상담 총 2,529건 내용을 보면 ‘직장 내 고충 상담’이 87%(2,188건)로 가장 많았고, 이 중 출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둘러싼 고충상담이 83%(1,820건)에 달했다. 상담자 72% 가량이 육아관련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외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고충도 10.2%(658건) 분포했다.
상담건수는 해마다 늘어 2012년 474건에 불과했으나 2013년 1,782건, 2014년 2,279건, 2015년(11월 말) 2,349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상담 의뢰 직장맘의 주된 연령대는 30대이며, 그 가운데 31~35세(54%), 36~40세(19%) 순으로 조사됐다.
업종은 편중되지 않는 현상을 보여, 직장맘의 고충과 업종은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체 직장맘 상담신청자 중 83%가 정규직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출산 육아 휴직을 할 경우 대부분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기 때문에 상담 받을 의지조차 갖지 못하고 미리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센터는 대표 상담사례 55개를 선정해 ‘서울시 직장맘 종합상담사례집2’로 엮었다. 사례집은 임신ㆍ출산ㆍ육아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직장맘들의 생생한 고충과 구체적인 상담내용, 대응과정 등을 담았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모성보호 제도도 소개했다. 사례집은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홈페이지(www.workingmom.or.kr) 또는 이메일(workingmom@hanmail.net)로 신청하면 선착순(배송비 착불)으로 받아볼 수 있다. PDF형식의 원문파일은 홈페이지 내 자료실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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