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판 ‘내부자들: 디오리지널’
이벤트 수준 넘어 100만명 돌파
“이제 중장년만으로 대형흥행 가능
사회현안의 공론장 기능까지 수행”
지난 5일 국내 극장가 일일 흥행순위 2위는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이다. 8만827명을 모으며 1위 ‘히말라야’(8만6,108명)를 바짝 추격했다. 연말연시 대목을 겨냥한 충무로 대작 ‘대호’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까지 제친 흥행 이변이다. 개봉한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누적 관객은 100만4,870명. 확장판 역대 흥행 1위였던 ‘늑대소년-확장판’(2013)이 모은 관객도 41만4,258명에 불과해 극장가에서는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의 릴레이 흥행을 일대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은 지난해 11월19일 개봉한 ‘내부자들’(상영시간 130분)에 등장인물들의 과거 등이 상세히 묘사된 50분 분량을 추가해 지난달 31일 개봉했다. 두 버전을 합쳐 동원한 관객 807만1,493명은 청소년관람불가(청불) 영화로는 역대 흥행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친구’(2001)의 흥행 성과(818만명 추정)를 넘어 900만 고지도 점령할 기세다. 그간 900만이 청불 영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는데 이제 청불 영화도 1,000만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중ㆍ장년 관객만으로도 대형 흥행이 가능해진 극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엄청난 흥행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심한 노출 등 선정적인 장면이 흥행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설명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 여름 1,3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과 연계 짓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 사회현실에 불만을 품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영화연구소장은 “‘베테랑’과 ‘내부자들’의 흥행은 한국영화가 최근 단순한 오락물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공론장의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사회적 문제 의식이 없는 영화는 이제 흥행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오동진씨는 “한국사회의 여러 부정적인 요소를 다루며 관객의 사회적 불만과 회의, 울분을 달랜다”고 평가했다. 오씨는 “인상적인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는 등장인물들로 풀어낸 점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한국사회의 감춰진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내부자들’은 상위 1%에 끼고 싶은 욕망을 지녔으나 1% 진입에 실패한 자들이 어쩔 수 없이 정의의 편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라며 “관객들은 덜 나쁜 악인이 복수에 나선 것에 공감을 많이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다루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는 관객들에게 잠시 대리만족을 주는 영화”라며 “관객들의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