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멘 인 블랙(Men in Black)’의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지구의 걸출한 인물 상당수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는 내용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는 물론이고, 빌 게이츠와 엘비스 프레슬리,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 이르기까지, 인간인 척했던 외계인은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영화는 이들 ‘외계인간’이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 인간과 공존하며 월등한 지적 능력을 발휘해 각 분야에서 문명의 진보를 이끌어왔다는 공상을 에피소드의 하나로 소개한다.
▦ 그런데 외계의 지적 존재가 지구인과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로스웰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08년에 나온 <외계인 인터뷰(Alien Interview)>라는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로스웰 사건 때 간호사로서 생존 외계인과 텔레파시로 인터뷰했다는 마틸다 맥엘로이라는 여성의 메모를 60년 만에 묶어냈다는 책은 로스웰 외계인을 생체구조가 없는 순수한 영적 존재로 묘사했다. 그리고 생존 외계인의 전언으로 그들 종족 중 일부가 인체에 깃들어 오래 전부터 인간과 공존해왔다고 밝혔다.
▦ 로스웰 사건은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 마을에 추락한 비행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당시 미 공군은 처음엔 UFO라고 했다가, 며칠 만에 기상관측기구라고 정정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론 우주선이 추락했고 외계인 시신도 수습됐으나 당국이 은폐했다는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2005년엔 사건 당시 로스웰 기지 ‘51구역’ 공보장교로 사건을 담당했던 월터 하우트가 유언을 통해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폭로하는 등 꽤 신빙성 있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로스웰 사건은 다시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 사실 여부를 떠나 로스웰 사건은 지금도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드리우고 있는 ‘살아 있는 신화’다. ‘멘 인 블랙’ 외에도 ‘스타워즈’부터 ‘인터스텔라’에 이르는 수많은 SF 영화가 로스웰 사건 관련 상상력을 모티브로 삼아왔다. 최근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UFO와 관련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며 “(로스웰의) ‘51구역’에도 진상조사팀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공약까지 했다고 한다. 기발한 공약이지만, 왠지 정치가 경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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