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서는 6일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에 대해 여러가지 정황상 수소폭탄 보다 증폭핵분열탄 실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소폭탄과 증폭핵분열탄은 기존 재래식 핵폭탄(원자폭탄)에 삼중수소나 중수소를 넣고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위력을 강화한 폭탄이다. 과학계에서는 북한이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폭탄으로 불리는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원료와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핵실험 직후 국내에서 파악된 지진 규모가 리히터 강도 4.8이어서 지난 3차 핵실험 때 4.9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한 원자폭탄 핵실험을 했다. 2013년 실시한 3차 핵실험도 원자폭탄으로 추정되지만 원료가 플루토늄이었는지 우라늄이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은 같이 뭉쳐 놓으면 각 원자 내부의 핵이 스스로 쪼개지면서 터지는 성질이 있다. 이를 핵분열반응이라 한다. 이때 핵에서 튀어나온 중성자가 주변의 다른 핵을 때려 마찬가지로 중성자가 빠져나오는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요즘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은 핵무기 제조시 재래식으로 취급된다. 핵무기로 만들경우 너무 크고 무거워 원료가 많이 필요하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핵무기가 바로 수소폭탄이다. 재래식 핵폭탄 바깥에 삼중수소를 넣어 핵분열 반응시 빠져 나온 중성자가 주변 핵을 융합시키는 핵융합반응을 통해 대대적인 폭발력을 발휘하게 만든 폭탄이다. 이 힘으로 남은 연료까지 말끔히 태우면서 폭발 위력이 기존 핵폭탄보다 수백배 커지게 된다. 핵융합반응이 재래식 핵폭탄의 폭발 효율을 끌어올려주는 셈이다.
문제는 수소폭탄을 만들려면 삼중수소가 적어도 수 ㎏ 이상 필요하다. 자연에서는 이 정도분량의 삼중수소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원자로를 가동해 인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때 삼중수소가 부족하면 소량의 삼중수소나 중수소를 재래식 핵폭탄 중앙에 넣고 소규모의 핵융합반응만 일으키는 폭탄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이번 북한 4차 핵실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증폭핵분열탄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지진 규모 등으로 추정해보면 삼중수소나 중수소를 수십g 정도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증폭핵분열탄은 기존 핵폭탄보다 위력이 5배 이상 강하면서 크기와 무게가 약 5분의 1이다. 따라서 증폭핵분열탄 제조기술은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과학계에서는 북한의 원자로 유형이나 원자력발전 수준으로 수소폭탄 실험을 할 만큼 삼중수소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외국에서 소량을 수입해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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