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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외국계 은행은 왜 희망퇴직금이 많을까

입력
2016.0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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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가 바뀌면서 조금은 잦아들었습니다만 불과 얼마 전인 작년 연말까지 금융권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쳤습니다.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아서였을까요. ‘희망퇴직’이란 이름 아래 정든 직장을 떠나는 행렬을 보면서도 금융사 직원들의 우월한 퇴직조건은 다른 일반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같은 금융권 안에서도 외국계 은행들은 파격적인 특별퇴직금(또는 퇴직위로금)으로 부러움을 샀는데요. 외국계 은행들은 왜 유난히 높은 위로금을 챙겨주는 걸까요.

우선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한 각 은행들의 퇴직 조건을 비교해 보면 은행마다 특별퇴직금은 퇴직 직전 월급 기준 24~60개월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건강검진 지원, 재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 추가 조건에서도 회사별 격차가 벌어집니다.

기업들은 통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때 법정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을 함께 제시합니다. 법정퇴직금은 근속연수에 퇴직 3개월 전 평균임금을 곱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는데 특별퇴직금은 회사마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지급합니다.

작년 금융권에서 희망퇴직 조건이 가장 좋았던 곳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자회사인 한국SC은행입니다. SC은행은 근속기간에 따라 32~60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자녀가 있으면 최대 2명까지 1인당 1,000만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재취업ㆍ창업 지원금으로 2,000만원도 지원했습니다. 법정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하면 6억원 이상을 들고 나간 직원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SC은행의 희망퇴직은 감원 규모에 비해 직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2011년 은행권 최장기 파업이 실패한 후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 내부에 더 이상 회사 방침을 막을 동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일단 특별퇴직금 봉투가 두둑하자 희망퇴직 신청자는 몰렸습니다. 이번 최종 퇴직자는 961명으로 전체 직원(5,182명)의 19.5%에 달합니다. 희망퇴직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C 직원들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될까 걱정했다더라”고 부러움을 내비쳤습니다.

미국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한국씨티은행도 2014년 희망퇴직 당시 최대 60개월치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추가 지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경우 6억~7억원 사이의 보상을 받는다고 알려지면서 당시도 희망퇴직 신청자가 쇄도해 총 650명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젊은 직원까지 회사를 떠나다 보니 희망퇴직 이후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더 낮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외국계 은행들은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라도 사람들을 내보내려고 할까요? 특별퇴직금을 너무 많이 주면 혹시 회사에 오히려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무리 많은 특별퇴직금을 주더라도 회사는 절대 손해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기업을 운영할 때, ‘성과급’ ‘특별퇴직금’ 같은 일시적인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거죠. 대신 임금, 복리후생비, 퇴직충당금 등 고용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누적된다는 점에서 골치거리라는 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금융권 영업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겠죠. 가령 씨티은행의 ‘퇴직금 누진제’를 예로 들어 볼까요. 퇴직금 누진제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퇴직금 지급률이 높아지는 제도입니다. 직원들에게는 유리하지만 회사엔 불리한 제도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60개월치 특별퇴직금이라는 파격적 조건으로라도 빨리 인력을 줄이는 게 그 직원이 남아서 지불하게 될 추후 인건비보다 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화장실에서 물만 써도 회사 입장에선 다 돈”이라며 “회사가 당장은 많은 특별퇴직금으로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인력 감축 효과가 2~3년 안에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경영진은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런 기본적인 계산 외에도 모 그룹에서 글로벌 경영 차원의 경영 지침과 구조조정 스케줄 등을 하달 받다 보니 정해진 목표에 맞추기 위해 당장 비용이 더 들더라도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두둑한 특별퇴직금은 더 신속하고 확실한 인원 감축을 위한 당근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돈이라도 떠나는 직원에게 특별퇴직금은 ‘씁쓸한 당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쨌든 그 동안 누리던 사회적 지위와 씀씀이를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데, 특별퇴직금에 적정 수준을 논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의 반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당신이라면 얼마를 줘야 회사를 나가시겠습니까?”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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