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첼시FC가 부활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한국시간) 조세 무리뉴(52) 감독을 전격 경질한 첼시는 거스 히딩크(70)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재까지 결과만으로 본다면 첼시 경영진의 판단은 옳았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후 첼시는 리그 3경기에서 1승2무를 기록했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무리뉴 체제와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진 흐름이다.
게다가 히딩크 감독이 상대한 클럽들이 리그 중상위권인 왓포드(승점 29ㆍ9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3ㆍ5위), 크리스탈 팰리스(승점 31ㆍ7위)인 것을 감안하면 첼시는 충분히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의 부임 전과 후 3경기씩의 기록을 비교하면, 득점은 5점으로 같지만 실점이 3점에서 2점으로 줄었다. 특히 슈팅 수 대비 득점이 0.106에서 0.143으로 늘어 골 결정력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첼시는 6승5무9패 승점 23으로 리그 14위에 올라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첼시는 강등권인 18위와 승점 차가 1점밖에 나지 않는 16위였다. 이제 18위 뉴캐슬(승점 17)과 승점 차를 6점으로 벌린 첼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히딩크 감독은 첼시가 나아가 리그 4위 이내까지 들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리그가 예전보다 강해졌다. 어느 팀이든 우승할 수 있다"며 "톱4에 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가능은 하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를 리그 4강으로 이끈다면 7년 전의 기적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는 2009년에도 첼시에서 단기 감독을 맡아 팀 성적을 반등시켰다. 당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8)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부임 후 13경기에서 11승을 거두며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아울러 FA컵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남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마법'은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확 바뀐 팀 분위기가 그 증거이다.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28)은 최근 "무리뉴 감독이 떠난 게 옳은 결정인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면서도 "감독이 교체된 뒤 팀 분위기는 좋아졌다. 지난 일을 뒤로 하고 나아가게 됐다. 모든 상황이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첼시의 부진 이유 중 하나는 무리뉴 전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수단 장악에 특히 힘쓰는 모습이다. 과거 팀 간판스타였던 디디에 드록바를 코치로 데려오자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히딩크 감독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르며 팀 전력 정비에 나섰다. 무리뉴 전 감독과 불화를 겪었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는 히딩크 체제에서는 제 기량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서 골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첼시는 드록바 정도를 제외한다면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팀 분위기만 쇄신된다면 다시 선두권 진입도 노려볼 만하다. 히딩크 감독이 2009년 첼시의 반등을 재현할까.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으로선 낙관적인 전망이 앞선다.
사진=거스 히딩크 감독(첼시 트위터).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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