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기업들은 고급품에서 중저가 제품까지 아우르는 프리즘 전략으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심상형(사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제품의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힘겨운 입장에 놓인 국내 기업들을 위한 해법으로 ‘프리즘 전략’을 제시했다. 프리즘 전략은 고가품부터 저가품까지 두루 갖춰서 다양한 시장을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심 연구위원은 프리즘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9월 TG앤컴퍼니에서 SK텔레콤 가입자용으로 내놓은 4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를 꼽았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000대 이상 팔려 나가며 현재까지 15만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100만원대 고가 위주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나온 루나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격이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통한 대표적 성공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심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가격대를 다양화한 프리즘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가격대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국에서 역공세에 들어가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 가격대비 성능 좋은 제품들이 주목 받는 것은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프리즘 전략을 취하면 중저가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심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국 진출을 독자 추진하는 것보다 현지 사정에 밝은 중국업체와 사업 확장에 나설 경우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교류가 거의 없다”며 “중국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중국에 진출 하는 것이 무조건 뛰어드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국의 기업간거래(B2B)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은 소비자(B2C)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소홀하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중국 B2B 시장을 공략하면 기존 소비자 시장과 규모가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