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편의점 음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상품 기획부터 제조 레시피, 마지막 테이스팅까지 직접 참여해 출시한 CU의 ‘백종원 한판도시락’이 편의점 최초로 예약 판매제를 도입했다. 반찬 10가지로 구성된 일반 정식 ‘백종원 한판도시락’(3,500원)과 고기 애호가들을 위해 밑반찬을 간소화하고 고기를 든든하게 담은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3,900원) 2종이 출시 2주 만에 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아무리 서둘러도 언제나 품절인 백종원 도시락의 비결은 뭘까? ‘마더혜레사’라는 별명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역사를 개막한 GS25의 ‘김혜자 진수성찬 도시락’, 톡톡 튀는 아이돌 혜리를 내세운 세븐일레븐의 ‘혜리 7찬 도시락’과 맛과 구성을 비교해봤다. 백종원도시락은 2종 중 보다 차별적인 매콤불고기정식을 대상으로 했다.
압도적 단백질… 백종원 도시락의 힘
백종원 도시락 2종은 모두 단백질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일반 정식인 한판도시락은 10가지 반찬 중 옛날소시지, 계란말이, 불고기, 떡갈비, 치킨가라아게, 치킨패티, 오뎅볶음 등 7개가 단백질이다. 채소군은 감자조림, 유채나물, 김치볶음뿐으로 가짓수는 물론 양도 적다. 고기 마니아를 위한 매콤불고기정식은 밑반찬이 더 적다. 배추볶음과 유채나물 극소량에 제육볶음이 대량 들어있다. 든든하게 한끼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이기는 하지만 채소반찬이 아쉽다. 간도 다른 도시락들에 비해 강한 편. 제육볶음은 매우면서도 달착지근하다.
혜리도시락은 집중과 선택의 원칙을 선택했다. 큼지막한 닭다리와 비엔나소시지, 해물완자로 젊은 입맛을 공략한다. 반면 김혜자도시락은 떡갈비와 불고기, 치킨 등 고전적인 메뉴를 선택했다. 먹고 힘 좀 써야 한다면, 단백질이 든든한 백종원도시락이 ‘갑’이다.
계란말이는 혜리도시락이 진리
도시락의 필수 반찬 계란말이는 혜리도시락이 양과 질에서 모두 가장 우수했다. 김혜자도시락과 백종원도시락 모두 연노랑의 일본식 계란말이를 담고 있는데, 보기에 좋은 색감과는 달리 맛은 다소 푸석푸석하다. 김혜자도시락의 계란말이는 거기다 크기도 너무 작다. 한국식으로 각종 채소를 다져 넣어 돌돌 만 혜리도시락의 계란말이는 보기에는 칙칙한 색감이지만, 간도 세지 않고 부드럽게 씹혔다. 계란말이는 혜리의 승!
엄마손맛 나물의 매력… 김혜자 진수성찬
김혜자도시락의 가장 큰 매력은 자취생의 ‘혼밥’에 흔히 등장하기 어려운 나물반찬이 푸짐하다는 점이다. ‘혜자롭다’는 신조어와 함께 편의점도시락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채나물, 버섯볶음, 콩나물무침 세 가지로 구성된 혜자도시락의 나물 3종은 간의 세기도 적절하면서 채소 고유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양도 풍부하다. 배추볶음과 유채나물, 버섯볶음과 콩나물무침으로만 구성된 백종원도시락, 혜리도시락보다 식단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
김치도 나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백종원도시락 중 매콤불고기는 매운 메뉴가 메인요리라 따로 김치를 둘 필요가 없다지만, 일반정식인 한판도시락과 혜리도시락도 김혜자도시락의 풍성한 김치볶음에는 맛과 양 두 측면에서 모두 미달한다. 엄마식단과 엄마손맛을 절로 연상시키는 GS25 도시락이 김혜자를 모델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밥은 혜리도시락이 몸에 좋은 흑미로 확실한 차별화를 도모했다. 백미 도시락은 모두 2015년산 햅쌀 사용으로 건강 코드를 공략한다. 밥의 양은 얼추 비슷했다.
도시락을 담은 용기에서도 차이점이 보였다. 김혜자도시락이 모든 구획 칸의 깊이가 동일한 ‘정직한 용기’인 반면 나머지 두 도시락은 칸별로 굴곡과 경사면을 활용해 양이 많아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종합 정리하자면, 고기의 힘이 간절한 사나이 대장부들에게는 백종원도시락이 좋다. 별미를 즐기는 젊은 입맛이라면 혜리도시락이 진리. 혼밥이지만 집밥처럼 먹고 싶거나 슴슴한 나물반찬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싶다면 김혜자도시락이 딱이다. 궁핍한 시대,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다양하니 즐겁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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