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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남고... 감쪽같이 사라진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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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남고... 감쪽같이 사라진 어부들

입력
2016.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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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앞바다서 조업중이던 어선

선장 父子 포함 3명 함께 실종

사고ㆍ범죄 단서 없어 의문 증폭

4일 오후 5시쯤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선장과 선원 등 3명이 실종돼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사고 원인과 행방 등에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항 연안부두로 예인된 어선 A호 위에서 해경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4일 오후 5시쯤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선장과 선원 등 3명이 실종돼 인천해양경비안전서가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사고 원인과 행방 등에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항 연안부두로 예인된 어선 A호 위에서 해경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바다 위 어선에서 선원 3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선원들이 조업 중에 그물에 휩쓸렸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데다 어선에는 사고 흔적이나 범죄 단서도 전혀 없어 의문만 커지고 있다.

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7.93톤급 어선 B호는 4일 오후 5시 48분쯤 인천 중구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남서방 4㎞ 해상에서 시동이 걸린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B호의 작업등이 모두 켜져 있었고 조타실 히터와 그물을 끌어올리는 양망기도 작동 중이었다. 하지만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양망기가 가동 중이었다는 것은 발견되기 조금 전까지 조업을 했다는 얘기”라며 “새우, 멸치 등을 잡는 그물도 주변에 12틀이 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B호 선장 이모(63)씨는 지난해 말 해경의 어선 출입항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 신고소에 1월 1~7일 일주일 간 바다에 머물며 조업하겠다고 신고했다. 신고된 조업 인원은 이씨와 이씨의 아들(35), 선원 옥모(39)씨 등 3명. 4일 출항 때 3명이 모두 배에 탔는지는 출항 신고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B호가 바다에 머물겠다고 신고한 것과 달리 수시로 연안부두를 오간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다만 4일 오후 5시 8분쯤 B호가 출항 후에 복귀하지 않았다고 해경에 신고한 이씨의 동생은 “B호에 3명이 타고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들이 모두 조업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씨의 동생도 4일 출항했다가 오전 5시쯤 복귀하면서 B호와 마주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B호를 연안부두로 끌고 와 조사를 벌였으나 다른 선박과 충돌하거나 침수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선 내외에서 혈흔이나 기물 파손 흔적,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구명 장비도 그대로였다. 발견 당시 날씨도 바람이 초속 4~6m, 시정은 1마일(약 1.6㎞), 파도 높이는 0.5~1m로 나쁘지 않았다. 선박과 날씨 상황만으로는 사고나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어민들을 중심으로 선원들이 그물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개연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통상 그물 설치 작업 중에 바다로 내려가는 그물에 몸이 걸리는 경우가 있으나 B호는 양망기로 그물을 올리는 작업 도중이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타실에서 선박 조종을 하는 선장 이씨까지 함께 실종된 점도 이런 가능성을 낮춘다.

김성기 인천해경서 경비구난과장은 “1, 2명이 조업할 때 부주의해 바다에 빠지는 경우가 있으나 3명이 모두 실종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복 인천해양안전심판원 조사계장도 “혼자 조업하다 실종되거나 그물에 빨려 들어간 1명을 구하려다 다른 1명이 같이 사고를 당한 사례는 있으나 3명이 실종된 일은 최근 3년간 없었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선원들이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과 만나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B호가 발견된 영종도 앞바다는 중국어선이 출현하는 곳이 아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 과장은 “민관군 합동으로 경비정 등 선박 29척과 헬기를 동원해 B호가 발견된 곳에서 9마일(약 14.4㎞) 반경을 수색 중이나 아직까지 성과는 없었다”며 “수색을 계속하는 한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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