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은 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1976년 양정모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의 역대 첫 금메달을 수확한 후 2012년 런던올림픽 김현우(28ㆍ삼성생명)까지 총 11개의 금을 캤다. 8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레슬링이 기대하는 금메달은 2개다.
유력 후보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류한수(28ㆍ삼성생명).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최강자 류한수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로 리우행 티켓을 따냈다. 2008년부터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 파트너로서 꿈꿨던 무대를 8년 만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31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류현수는 “잠을 잘 때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꿈을 꿨다”며 “요즘 이런 꿈을 종종 꾸는데 모든 초점이 올림픽에 맞춰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림픽… 10년 노력을 보상 받고 싶은 무대
류한수는 대구 경구중 1학년 때 박동건 감독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했다. 매트 위에서 구르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런 활동적인 모습을 보고 박 감독이 ‘콕’ 찍었다. 레슬링을 시작한 뒤 막힘 없이 술술 풀렸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무명 생활이 길었다. 처음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는 정지현 등 쟁쟁한 경쟁자에게 밀렸다. 그는 “훈련 파트너로 있을 때 올림픽에 나가는 동료들에게 손을 많이 흔들어주고 뒷바라지를 했다”며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고, 정신도 나약했다. 한 마디로 나 자신에게 졌다”고 돌이켜봤다.
정신을 차린 건 2012년 말이다. 김현우가 런던올림픽 이후 체급을 66㎏급에서 75㎏급으로 올리면서 66㎏급 자리에 류한수가 도전장을 던졌다. 체급을 올린 후 거칠 게 없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김현우와 나란히 14년 만의 금메달을 한국 레슬링에 안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15년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 마침내 올림픽 매트 위에 설 기회를 잡았다. 류한수는 “레슬링을 10년 이상 했는데 그 동안 땀을 흘렸던 것을 보상 받고 싶은 자리가 올림픽”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선수권 은메달, 채찍질하는 계기
류한수에게 2015년은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무엇보다 세계선수권 은메달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대회 결승에서 독일의 프랭크 스태블러에게 졌다. 류한수는 “경기 당일에는 몰랐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대회 전부터 마음이 글러먹었다”며 “상대보다 한 경기를 내가 더하고 결승에 올라 지친 상태였는데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그에게 은메달은 다시 한 번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류한수는 “2013년에는 내가 도전자의 위치였기 때문에 ‘무조건 들이댄다. 매트 위에서 기어나올지라도 절대 걸어나올 생각은 안 한다’라는 마음가짐이었다”면서 “리우에서는 상대를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반쯤 죽여놓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3심’… 초심-중심-뒷심을 떠올리다
류한수의 66㎏급은 4년 전 김현우가 좋은 기운을 가져온 체급이다. 그 만큼 주위의 기대가 크지만 선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류한수는 “부담감은 없고, 정말 간절한 마음뿐”이라며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노력, 노력, 노력을 하고 이것마저 안 되면 더 노력해 나 자신부터 이기고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가 마음에 새긴 것은 ‘3심’이다. 2015년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소속팀 스승이자 대표팀 감독인 안한봉 감독이 전한 “초심, 중심, 뒷심이 중요하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 류한수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 하고자 하는 방향을 갖고 나아갈 때 중심을 잘 잡아야 흔들리지 않는다. 투사는 한계를 이겨낼 때 진정한 강자가 된다. 뒷심으로 상대가 포기하는 순간까지, 끝까지 뒷심으로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정말 몸에 걸고 싶다”며 “옆에서 (김)현우를 보면서 느꼈다. 좋은 자극제가 된다. ‘한국 레슬링은 류한수-김현우 쌍두마차’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쁠 것 같다. 우리 둘 말고도 한 명이 더 주목을 받는다면 기쁨은 배가 될 것”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용인=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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