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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구설’과 ‘구설수’

입력
2016.01.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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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등으로 신년 운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운세를 풀이한 글에는 ‘구설수, 손재수, 요행수’같이 ‘수’로 끝나는 낱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때 ‘수(數)’는 ‘운수’라는 뜻이다. ‘구설수’는 남에게 헐뜯는 말을 들을 운수, ‘손재수’는 재물을 잃을 운수, ‘요행수’는 뜻밖에 얻게 되는 좋은 운수를 뜻한다. 따라서 ‘이달에는 구설수가 있으니 행동을 조심하라’처럼 이 말들은 ‘있다, 없다, 들다’ 같은 말과 잘 어울려 쓰인다.

지난 연말 SBS 연예대상 시상식 말투로 구설에 오른 전현무 아나운서. TV 화면 캡처
지난 연말 SBS 연예대상 시상식 말투로 구설에 오른 전현무 아나운서. TV 화면 캡처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서 공연히 흉보는 말을 듣게 될 때 ‘구설수에 올랐다’거나 ‘구설수를 들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때는 ‘시비하거나 비방하는 말’을 뜻하는 ‘구설’을 사용해서 ‘구설에 올랐다’ ‘구설을 들었다’라고 해야 한다. 지난 연말 방송 시상식에서 무례한 행동으로 화제가 된 사람이 있었는데, 여러 매체가 ‘구설수에 올랐다’는 표현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역시 ‘구설에 올랐다’로 해야 맞다.

바꾸어 쓸 수 있는 말로는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입길에 오르다’ ‘말밥에 오르다’ 등이 있다. 이 중 ‘입방아’의 대상은 꼭 나쁜 일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좋고 나쁨을 떠나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뒷얘기를 하는 경우에 두루 쓰인다. ‘입길’은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 ‘말밥’은 ‘좋지 못한 화제의 대상’을 뜻하는 말이므로, ‘구설에 오르다’처럼 나쁜 일로 남의 말거리가 될 때 쓴다.

한자 사용을 꺼리는 북한에서는 ‘구설’ 대신 ‘말밥에 오르다’를 주로 쓴다. 이 때문에 한동안은 ‘말밥’이 북한어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남쪽의 문헌에서도 여러 쓰임이 발견되므로 북한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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