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선(51) 신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엘리트다. 경찰대 3기 중 수석 졸업자다. 1987년 경위로 임용돼 수사ㆍ정보ㆍ기획 등 경찰 요직만 두루 거쳤다. 이 때문에 내정 직후 소시민의 삶을 촘촘히 지키는 ‘기초치안’에는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 돌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그는 경기청장 취임 첫 일성으로 ‘안전강화테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TF는 그 동안 강력범죄가 많았던 수원, 안산, 시흥 등 경기 서남부권의 ‘맞춤형’치안정책을 이달까지 발굴해야 한다. 다듬어진 정책은 당장 다음달부터 추진된다. 정 청장의 의지다.
4일 경기 수원 경기청장 집무실에서 정 청장을 만나 올 한해 그가 이끌어갈 경기경찰의 비전을 들어봤다.
-취임 소감은.
“수도 서울의 관문이자, 접적지역인 경기도의 치안을 맡게 돼 책임이 무겁다. 나부터 현장을 뛰어서 도민이 사랑하는 경기경찰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실제로 그는 새해 첫날에도 정상 출근해 112종합상황실 등의 근무자들과 함께 했다)”
-경기도 치안 책임자로서, 구상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지난달 28일 취임하자마자 ‘안전강화테스크포스(TF)’를 만들라 했다. 이달 안에 수원과 안산, 시흥 등 경기 서남부권에 딱 맞는 치안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칸막이를 허물고 수사, 형사, 생활안전, 교통 등 모든 기능을 망라하게 될 이 정책은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또 여성과 아동, 장애인, 노인, 결혼이주여성,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정책을 짜 내도록 했다.”
-경기도는 지리적으로 넓고 인구도 많다.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등 치안환경 역시 다양하다. 때문에 경찰서장이 실정에 맞는 지역치안을 이끌어 가는 게 맞다. 나는 권한을 이양해 서장들의 능력을 북돋고 시스템을 관리해갈 생각이다. 안보태세도 수시로 점검하고 대응역량을 높여가겠다.”
-모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의 동의와 공감,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는데.
“물론이다. 그래서 안전강화TF와 별도로 조직한 게 ‘깨끗한 경찰, 유능한 경찰, 당당한 경찰’을 줄인 일명 ‘깨유당TF’다. ‘깨유당’의 경찰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경찰이 하나가 돼야 한다. 이 TF를 통해 건의된 사안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되도록 해 줄 생각이다. 지방청에서 일선 경찰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일일이 해소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힘든 게 무엇인지 서로 알고 공감한다면 직원들도 힘을 얻을 것이라 본다.”
-공정한 인사도 중요할 것 같다. 특별한 방침이나 기준은 있나.
“막 부임한 내가 구성원들을 일일이 알기 어렵다. 그래서 청장실 밖에 ‘자기추천, 타인추천’함을 만들었다. 동료와 상사, 부하 직원 누구나 승진 자를 추천할 수 있다. 스스로 승진해야 할 이유나 자신만의 경쟁력을 부담 없이 어필해도 된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직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나 휴대전화 문자, 이메일 등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 가능하다.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 연락망은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열심히 일하는 경찰은 동료가 알고 상사가 안다. 나는 주관의 합이 객관이라 보고 이를 통한 평가가 공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포부를 밝혀달라.
“우리 정부의 목표가 ‘안전한 나라, 따뜻한 사회, 건강한 공동체’다. 이를 달성하려면 가정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훌륭한 부모·행복한 가정·훈훈한 사회’로 선 순환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범죄자를 분석해보면 파괴된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60%가 넘는다. 가정폭력이 사회폭력을 낳고 다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악 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경기도지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의회의장, 시민사회단체 등과 다양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근본적인 범죄원인, 우리사회 갈등요인을 줄여나가는 운동을 펼쳐나가고 싶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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