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면전서 ‘입법 무능’ 꼬집어
鄭의장은 “和가 정치의 으뜸 돼야”
더민주 지도부ㆍ상임위원장 모두 불참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들어 내놓은 첫 번째 메시지는 ‘정치 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로 각계 주요 인사 200여 명을 초청해 신년 인사회를 갖고 “(경제 개혁과 국가 혁신을 해내려면)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줘야 한다”며 정치권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변화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돌보는 참된 정치를 실천에 옮겨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 인사회 자리임을 감안해 수위 조절을 하긴 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대표ㆍ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의 면전에서 ‘입법 무능’을 다시 한 번 꼬집은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표ㆍ이종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더민주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은 청와대의 초청을 받고도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 인사들이 청와대 신년 인사회를 보이콧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이 요구하는 경제살리기ㆍ노동개혁법 처리를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마찰이 당분간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과 노동ㆍ교육ㆍ금융ㆍ공공의 4대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 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아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을 집중해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옛 말씀이 있는데, 우리가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으면 못 해낼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각계의 국정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말에 이어 건배를 제의한 정의화 의장은 미묘한 발언을 남겼다. 정 의장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청정위천하정 (淸靜爲天下正ㆍ맑고 고요함이 천하의 바탕)’과 다산 정약용의 ‘식위정수(食爲政首ㆍ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의 으뜸)’를 인용해 ‘화합하는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님이 추구하는 4대 개혁을 이루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잘 이겨내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합이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의 법안 직권상정 요구 등 갈등을 유발하는 국정 운영 방식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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