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수를 폭행해 파문을 일으킨 사재혁(31ㆍ제주특별자치도청)이 사실상 역도계에서 퇴출당했다.
대한역도연맹은 4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선수위원회를 열고 역도계 후배 황우만(21ㆍ한체대)을 폭행한 사재혁에게 ‘선수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사재혁은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영구 제명’의 최고 징계는 아니지만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바벨을 놓게 됐다. 사재혁은 지난해 12월31일 춘천의 한 술집에서 황우만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황우만은 2014년 세계청소년역도선수권대회 합계 2위에 오른 한국 역도의 기대주다.
역도연맹은 “후배 황우만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사재혁에 대해 대한역도연맹 선수위원회 규정 제18조 1호 1항 ‘중대한 경우’에 의거, 만장일치로 자격정지 10년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재혁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역도연맹은 다시 회의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한다. 사재혁이 선수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면 재심은 열리지 않는다.
이날 선수위원회에는 위원장인 이형근 전 대표팀 감독 등 7명의 선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이 ‘자격 정지 10년’ 처분에 동의했다. 역도 연맹 관계자는 “장시간 논의 끝에 징계 수위를 정했다”며 “사재혁이 한국 역도에 공헌한 것을 살펴 영구 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뛸 수 없다면 사실상 은퇴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 금메달리스트로, 한국 역도의 간판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최근 85kg급으로 체급을 올린 사재혁은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노려볼 만큼 재기에도 성공했지만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 물거품이 됐다.
한편 사재혁과 황우만은 전날 경찰 조사에서 엇갈린 진술을 했다. 춘천경찰서는 3일 오후 사재혁 등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4명을 2시간가량 조사한 가운데 사재혁은 “작년 2월 태릉선수촌에서 뺨을 때린 것과 관련해 서로 오해를 풀고자 황우만을 불렀으나 얘기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 우발적으로 폭행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우만은 “사재혁은 전혀 화해할 생각이 없었다. 사재혁이 작년 이야기를 꺼내면서 ‘형들이 잘해준 게 있는데 너는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봤느냐, 그때 일을 생각해보니까 화난다’고 말했다”라고 반박했다. 황우만은 이어 “당시 술자리에 있던 다른 선배가 사재혁도 모르게 자신을 불렀고, 사재혁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뺨을 때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다녔다는 걸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폭행했다”라고 주장했다.
사재혁은 사건 직후인 1일과 2일 황 선수가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을 찾아 무릎을 꿇는 등 사과했으나 황 선수와 가족들은 사씨와의 합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광대뼈 부근이 함몰되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한 황우만은 수술을 위해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경찰은 사재혁과 황우만에 대한 추가조사를 마친 뒤 상해혐의로 사재혁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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