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25ㆍCJ)과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에게 2015년은 도약의 한 해였다. 2014년 마지막 세계랭킹 발표에서 179위에 머물렀던 안병훈은 1년 만에 150계단 끌어올린 29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김경태의 선전은 더욱 놀랍다. 그는 세계랭킹 60위에 이름을 올렸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224계단 뛴 순위다. 그는 100위 내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선수 11위에 올랐다.
안병훈은 지난해 5월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BMW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정상에 등극했다. 그는 쇠렌 키옐센(덴마크), 제임스 모리슨(잉글랜드), 조지 쿠체(남아공),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EPGA ‘5월의 선수’로 선정됐다. 한국과 중국에서 탁구 스타로 이름을 날린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로 더욱 화제가 됐다. 키 187cm로 동양인으로서 완벽한 체격조건을 갖춘 안병훈은 매 경기 화끈한 장타로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를 밝혔다.
김경태는 2015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5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가 지난해 획득한 상금은 15억6,000만 원에 달했다. 김경태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JGTO에서 두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그는 2010년에도 JGTO 상금왕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안병훈과 김경태가 올해도 한국남자골프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이 높다.
한 해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50위 내에 든 선수에게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안병훈도 초청장을 받았다. 그는 2009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 2010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마스터스에 나간 적이 있다. 4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에서 안병훈은 다시 한번 세계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려 한다.
김경태는 올 시즌 활약을 통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PGA 투어 재도전의 각오를 다졌다. 김경태는 2011년 PGA 문을 노크했으나 실패했다. 세계랭킹을 더 높인 뒤 PGA 투어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페덱스컵 랭킹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PGA 투어 페덱스컵 랭킹 200위 이내 들면 2부 투어(웹닷컴 투어)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얻을 수 있다. 2부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면 2017시즌 PGA 투어 회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안병훈과 김경태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8월 리우 올림픽 출전이다. 리우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7월까지 세계랭킹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의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은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 상위 2명에게 부여되는데 둘은 다른 선수들과 간격을 크게 벌린 상태다. 배상문(115위)은 군에 입대했으며 노승열(204위)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따라서 6개월 만에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적다.
안병훈은 지난해 9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경태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에 포함됐다. 그래서 꼭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경태는 “국가별 쿼터가 있어 상위 랭커들의 수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며 올림픽에서 한국남자골프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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