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가 비상하는 데 불과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십 년간 국적 대형항공사들이 양분한 시장에서 연착륙이 어려울 것이란 일각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이미 50%를 돌파 했고 일본 노선의 경우 36%를 잠식하는 등 중ㆍ단거리 국제선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런 급격한 성장세 못지 않게 LCC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갈수록 활발해 지고 있다. 애경그룹 계열의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300가구에 ‘행복꾸러미’와 함께 일일이 손으로 쓴 편지가 전달됐다.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을 비롯해 임직원 40여 명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연말 선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행복꾸러미에는 생활용품으로 인기 높은 애경 선물세트 등을 담았다. 제주항공은 행복꾸러미 외에 직원들이 기증한 물품으로 진행한 사내 바자회 수익금을 모아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 전달했다.
제주항공은 항공사라는 특성을 십분 살려 국내외에서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인천~마닐라 노선 취항을 기념해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족에게 매달 고향방문 항공권을 제공했다. 다문화가정의 열띤 호응 속에 이 사업은 어느덧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4년 12월 인천~베트남 하노이 노선에 취항한 이후 다문화가족 고향방문을 베트남노선으로도 확대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한국가스공사 등과 다문화가정 고향방문 지원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의 고향방문 지원에도 나섰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속 가능한 도움을 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2011년 민간 의료봉사단체 열린의사회와 맺은 공동사회공헌 협약도 그 중 하나다. 이 협약을 통해 제주항공은 취항 도시를 중심으로 매년 2, 3차례 공동 의료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승무원 등 전문성을 가진 임직원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사회공헌 활동의 깊이가 남다르다. 어린이 및 청소년 지원사업의 하나로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참여하는 제주지역 보육원 영어봉사 활동은 벌써 9년째에 접어들었다. 영어에 능통한 승무원들은 스스로 팀을 구성해 매주 영어회화 강사로 변신한다.
객실 승무원들은 매달 한 차례씩 전국 초등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안전체험 행사장 등을 방문한다. 항공안전체험 교실을 겸한 진로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탈북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사회정착을 돕는 진로지원 등의 봉사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부터 민간사회복지기구 서울SOS어린이마을의 어린이 대상 제주 교육여행 지원에도 뛰어들었다. 한부모가족을 괌으로 여행 보내주는 ‘한부모가족 3대 리프레시 여행’ 지원, 애경복지재단 및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 모임인 ‘제주더하기(+)’와 공동으로 생활이 어려운 가족에게 제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명실상부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그동안 국내 최초란 타이틀이 붙은 새로운 기록을 숱하게 써왔다. 2008년 7월 11일 제주~일본 히로시마에 전세기를 운항해 LCC 중 처음으로 취항 범위를 해외로 넓혔고 지난해 11월 역시 LCC 최초로 국내선 누적 탑승객 2,0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3월 인천~일본 오사카 노선에 처음 정기편을 띄우며 LCC의 본격적인 국제선 시대를 연 것도 제주항공이다. 당시로서는 모험이었던 LCC의 국제선 취항이 결과적으로 후발주자들의 국제선 러시를 이끌어내 국내 LCC 시장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은 LCC 중 처음으로 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448.5 대 1까지 치솟으며 LCC주식의 가능성을 제대로 증명했다.
창립 이후 기록적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온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성탄절 연휴 전에 발생한 제주행 여객기의 기내압력조절장치 이상은 상장 이후 맞은 첫 위기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제주항공은 안전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쏟을 방침이다.
2020년까지 아시아지역 60개 노선에 취항하고 연평균 2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 동북아시아 최고의 LCC로 성장한다는 중기 비전 ‘S.T.A.R.T. 2020’ 달성을 위해 제주항공 임직원은 연초부터 힘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여객 운송사업의 틀에서 벗어나 여행사와 호텔, 렌터카 등 다양한 여행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로 우뚝 서는 게 제주항공의 장기적 목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사로서 지속 성장은 물론이고 상장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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