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회 앞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벌인 1인 시위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두 차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20~30m 간격을 두고 서서 1인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시민단체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소속 김혜진 정책팀장 등 9명을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6일 열린 ‘희망버스’ 행사와 28일 열린 ‘노동개혁 반대 국회 포위 1인 시위’에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해 ‘노동 개악 저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든 혐의를 받고 있다.
집시법은 국회 담장 밖 100m 이내에서는 다수가 모인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혼자 피켓을 들고 의사를 표현하는 1인 시위는 집시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 등이 같은 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며 동일한 목적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1인 시위를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법 집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형식상 1인 시위라도 참가자의 수와 관계, 시위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이라면 집회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은 2014년 12월 삼성SDI 울산공장 앞에서 근로자들이 10∼30m 간격을 두고 벌인 1인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9명에게 일단 출석 요구서를 보냈고 다른 참가자도 신원 확인을 거쳐 소환 통보할 예정”이라며 “조사를 통해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점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대변인은 “국회 앞에서는 같은 목적을 가진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가 수도 없이 진행된다”며 “구호 하나 외치지 않고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발상이 놀랍다”고 반발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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