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 정가 화제는 단연 안철수 신당이다. 각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 결과 창당 과정 중인 안철수 신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때문이다. 7개 중앙언론사의 여론조사 가운데 단연 1위는 새누리당이다. 그러나 2,3위 다툼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기세가 무섭다. 조선일보 등 4개사 조사에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 앞섰다. 더민주는 한국일보 등 3개 조사에서는 우위를 지켰으나 전반적으로 약세다. 안 의원 탈당 직후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창당도 하기 전에 제1 야당을 위협하는 기세가 마치 밀물이 밀려드는 것 같다.
▦ 안철수 신당 약진의 제1 요인은 호남 표심이다. 호남에서만 많게는 20%포인트 적게는 5%포인트 차로 더민주를 앞섰다. 최근 이 지역에서 더민주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 이동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일보조사에서는 더민주 지지층의 26%, 새누리당 지지층의 21%가 신당으로 이동했고,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더민주(3.6%P)보다 새누리당(6.8%P) 지지층 이동 폭이 더 컸다. 서울신문조사에서는 무당층의 안철수 신당 유입 폭이 두드러졌다.
▦ 이 같은 흐름은 중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리더십 출현을 바라는 강한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지지가 여야의 어떤 주자보다 압도적인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 돌풍이 일시적 관심도 집중에 따른 거품이며 창당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질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신당이 약진해봐야 야권분열이란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며 결국 새누리당 압승에 엑스맨 역할만 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 그러나 기성 정치권의 무능과 구태에 신물이 난 중도층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결과일 수도 있다. 진정한 정치혁신을 위해서는 양당 기득권 체제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안철수 신당은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고 지금의 인기는 새누리_더민주의 정치실패 반사이익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수준을 넘어 창당 과정에서 새정치와 새로운 정치리더십을 희구하는 중도층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도층이 4ㆍ13 총선에서 정치변혁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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