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대원 모집 홍보 동영상에 진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의 모습이 등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인종주의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가 이슬람국가(IS)의 최고 대원 모집책이 되고 있다”고 발언해 진위 논란에 휩싸인 지 불과 2주 만이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의 급진 이슬람 무장조직 알샤바브는 2일 51분짜리 대원 모집 동영상을 공개하고 “반(反) 무슬림 국가 미국에 맞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영상에서 미국의 흑인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의 모습과 트럼프 후보의 반(反)무슬림 발언들을 보여주며 “인종주의와 차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는 무슬림 사회를 겨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전체 영상 길이의 5분의 1에 달하는 약 10분간 등장한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지난달 무슬림 부부에 의해 발생한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을 들어 “무슬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발언한 모습 등이 포함돼 있다.
얄샤바브의 영상은 클린턴 후보가 지난달 19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3차 TV토론에서 “IS가 더 과격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뽑기 위해 이슬람교와 무슬림을 비난한 트럼프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발언한 지 2주 만에 나왔다. 당시 일부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클린턴 후보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당사자인 트럼프 후보는 이튿날 방송에 나와 “힐러리가 미친 듯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격하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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