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北京)지원장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이 준 5년의 기회를 한국이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지원장은“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중국은 수요가 계속 늘며 한국 기업에게 큰 돈을 벌어 줬다”며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과연 중국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판 건 주로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이미 개발해 한물 간 제품을 재활용한 것이었다”며 “현재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근본 원인은 중국 현지 업체의 기술 수준 등이 높아지며 더 이상 이런 한물 간 제품이 팔리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품들은 의류 신발 가전에서 시작돼 이제는 굴삭기 휴대폰 자동차 등 고가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지원장은 “대기업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중국 기업들이 파격적 가격에 내놓는 제품을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왜 못 내놓느냐”고 질타했다. 이 지원장은 “대기업이 그 만큼 중국에 대해서 공부를 안 한 것”이라며 “일부 회사들이 주재원들에게 과도한 지원을 하면서 낭비를 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지원장은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다 죽은 건 아니다”며 “중국 시장은 여전히 무한한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중국 시장 공략법에 대해서는 “치와와와 셰퍼드는 정면 승부하면 상대가 안 된다”며 “5,000만명이 13억명과 정규전으로 싸우면 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지원장은 “1선 대도시는 희망이 안 보이지만 2선, 3선 지방 도시들은 아직도 미개척 시장”이라며 “중국의 각 성은 웬만한 나라크기”라고 역설했다. 그는 “소비재는 전자상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제조업도 중국이 아직 못 만드는 게 많은 만큼 부품 소재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과 지분 교환 등의 방식으로 협력, 함께 성장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국 지방으로 가면 아직도 우리에게 맞는 ‘치와와’가 많다”며 “우리 중견 기업들이 이런 ‘치와와’와 결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지원장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시용 행사보다는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며 “지금 우리 기업들이 가장 아쉬운 건 자기에 적합한 중국 파트너를 찾는 일인 만큼 여기에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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