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새해 육성 신년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핵 개발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 발전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5월로 예정된 제 7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핵 문제 등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침묵하며 경제 강국 건설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신년사는 5월 당 대회에서 내보일 밑그림의 큰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성은 떨어졌다.
핵은 침묵, 경제 행보로 대내외 상황관리 나설 듯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핵 관련 언급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선군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진 것이 정당했다”며 핵 개발 지속의사도 분명히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대중연설에서도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등 최근 핵 문제에 관해서 침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김정은이 제시했던 핵 경제 병진 노선도 언급하지 않는 추세다.
대신 인민생활 향상이나 자력 경제 개발 등 경제를 군사 보다 앞세우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에서 자강력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치 군사 사회 문화 경제 순이었다고 하면 올해는 경제 정치 군사 사회 문화 순으로, 경제가 1순위로 자리 잡았다(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산업부문에 좀 더 역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전력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하는 데 이어 철강 생산량 증가 축산ㆍ수산업 발전 등을 강조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대회 축포를 쏘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핵실험을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7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경제와 인민생활 향상 등 내부과제 제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정은은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을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선중앙TV는 이 장면에서 지난해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진을 내보내기도 해 비대칭 무기에 대한 전력 강화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 정부에 책임전가, 대화 모멘텀은 유지
지난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던 남북관계 문제와 관련해선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하며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김정은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탐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남북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지난해 대남 메시지에서 크게 진전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대신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이 민족 내부 문제를 외부에 청탁했다고 우리 정부의 대남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우리 민족끼리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6ㆍ15와 10ㆍ4 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 당국 간 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과거 김일성 주석처럼 남한의 주요 인사들과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통일 전선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가 발표된 지 5시간 만에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북한이 후속 당국회담에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김정은 이날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썼던 것과 비슷한 모양의 검은색 뿔 테 안경을 쓴 모습으로 등장해 약 29분간 선 채로 신년사를 읽어 내려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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