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사장 권우석씨
“내년에는 경기가 좋아져서 좋은 커피를 찾는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 사장 권우석(44)씨는 “올해가 장사를 시작하고 가장 힘든 해”라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때문에 손님들이 발길을 끊은데다 인근에 대형 커피전문 체인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 명문대 출신인 권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와 국내 대기업, 외식업체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해오다 2012년 7월 직장을 그만 두고 카페를 차렸다. 제품을 팔기 위해 제품을 포장해서 팔아야 하는 마케팅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고,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감도 날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카페를 차린 계기에 대해 권씨는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커피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문화공간으로서 카페의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흥청망청 노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홍익대 상권에서 문화공간을 보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카페를 연 지 3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업하자마자 천장에 불이 나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해야 했고 공사 도중 태풍으로 가게에 비가 다 들이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다시 가게 문을 열었지만 카페가 알려지지 않아 연말까지는 하루에 두세 명의 손님만 카페를 찾기도 했다.
카페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였다. 2012년 겨울 권씨가 커피콩을 볶아 맛과 향을 내는 ‘로스팅’ 대회에서 우승한 후 커피가 맛있는 집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다. 매출이 늘어나고 수입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1년여 지나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로 인근 상권이 전반적으로 가라 앉으면서 카페 매출도 20% 이상 떨어졌다. 그 해 연말 어느 정도 회복을 했지만 지난 해에는 메르스 사태로 더 큰 타격을 받았고 아직 원상복구가 되지 않았다.
어느 한 해 마음 놓을만한 해가 없어지만 권씨는 낙관적이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해 행복하다”고 했다. 2016년의 소망을 묻자 권씨는 “우선 아내 뱃속에 있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 잘 컸으면 좋겠고, 경기가 좋아져서 좋은 커피를 찾는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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