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신드롬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8%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2위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절반 수준인 12.4%에 그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반기문 현상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부딪친다. 일부에서는 2011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광풍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을 떠올리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안철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반 총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은 전무하다시피 한 반 총장의 정치경험에서 비롯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도 현실 정치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인기가 시들했다”며 “정치경험은 속성으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만큼 당내 경선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 박상헌 박사는 “2011년 당시 야권에 발을 놓은 안철수 의원과 달리 반 총장은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등 안 의원과는 상황과 차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 의원은 당시 교수 신분으로 ‘신선하다’는 이미지 외에는 실체가 없었지만, 반 총장의 경우 향후 1년간 유엔 사무총장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좋은 뉴스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의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 총장이 추진하고 있는 방북이 가시화되면 통일시대에 걸맞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업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기문 현상은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김무성 대표도 지난 연말을 보내면서 그 동안 쌓아온 긍정적인 면들이 퇴색했고, 문재인 대표는 당내 중도층까지도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3 세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지금 분위기는 오래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높으면 높을수록 제3의 인물, 초인을 기다리는 사회적 여망은 커지기 마련이고, 현재로선 그 인물이 반 총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다. 그는 여태껏 대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시기는 1년 뒤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개성공단 방북 취소 직전 인천 송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부터 여론조사에 저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비켜갔지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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