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메카 톈진’은 옛말…기업체질 못 바꾸면 퇴출 그림자
신실크로드,뉴 노멀 정책의 출발점
작년 4월 자유무역시범구 지정후
항공 등 첨단,금융 산업 육성 주력
전자상거래시범지구 선정 이후엔
알리바바 등 유통그륩 거점으로
톈진 거친 대중 수출액 갈수록 급감
노동집약 제조업체들 줄줄이 도산
“기업간 거래서 소바자 거래 과도기”
완제품 생산 등 업종전환 몸부림
지난해 톈진항 폭발 사고로 널리 알려진 톈진은 한중 수교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우리 기업 1,990개사가 36억8,700만달러를 투자한 도시다. 중국 지역별 누적 투자액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할 만큼 우리 제조업체들에게 텐진은 중국 진출의 교두보다. 특히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따라간 중소 제조업체들의 비중이 높다.
이처럼 우리 제조업체들의 대표적 중국 거점인 톈진은 최근 무섭게 변하고 있다. 한때 제조업의 메카였던 이 곳은 중국 정부 정책의 변화로 더 이상 제조업의 명줄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만큼 이 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전략(一帶一路)’과 뉴 노멀 정책 ‘신창타이(新常態)’의 출발점이 톈진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10대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허(海河)로 베이징과 연결된 톈진을 우리나라와 일본을 겨냥한 무역 중심지로 빠르게 바꾸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텐진은 지난해 4월 광둥(廣東) 푸젠(福建省)과 함께 상하이에 이어 중국의 2기 자유무역시범구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이 119.9㎢에 이르는 톈진 자유무역시범구의 목표는 해운ㆍ무역,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과 금융산업의 육성이다. 공해를 유발하는 제조업을 정책적으로 제외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텐진을 전자상거래시범지구로도 선정했다. 베이징과 붙어 있는 북방 경제의 중심이며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와 중국의 신흥 유통공룡으로 부상한 쑤닝(蘇寧)그룹 등이 동북아 소비시장 공략의 포스트로 톈진을 선택했다.
여기에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베이징ㆍ텐진ㆍ허베이(河北)를 한데 묶어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징진지(京津冀) 광역개발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래저래 굴뚝 산업이 발 붙이기 힘들어진 톈진에서 우리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순 외주가공은 물론이고 전자부품 업체들까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소재ㆍ부품에 주력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정책적인 변화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은 살아 남으려면 빠르게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가 텐진을 거쳐 중국에 수출하는 액수는 139억8,600만달러로 2013년보다 18.6%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4.6% 줄어든 35억4,400만달러에 그쳤다. 전자집적회로와 광학기기 등이 주요 수출품인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거점으로서 톈진의 수명이 다한 셈이다.
현재 톈진의 우리 기업들 상황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산둥(山東)의 기업들과 닮았다. 수교 이후 거리가 가까운 산둥에 대거 진출한 우리 노동집약적 제조업체들은 주문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을 이기지 못해 줄줄이 도산했다. 그 즈음 신선우유 등 우리 식품의 중국 수출이 시작되며 산둥의 기업들은 제조업에서 유통, 무역업체로 변신했다.
톈진 내 우리 기업들 일부는 생존을 위한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해 삼성에 납품하는 대보전자도 완제품 생산ㆍ판매에 새로 도전했다. 중국기업과 합자해 현지 브랜드로 내놓은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첫 제품이다. 김우종 대보전자 동사장(대표이사)은 “기업간 거래(B2B)만 하다가 소비자 거래(B2C)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라며 “아직은 역량이 부족해 고생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 한발 빨리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톈진을 중심으로 중국의 새로운 소비재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있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톈진에 중국본부를 운영하는 기업은행의 김성기 톈진분행 부행장은 “유통과 무역산업 성장 가능성을 보고 최근 톈진에 여신심사센터를 설치했다”며 “톈진은 더 내려갈 데가 없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지난해 11월 이전까지 베이징본부에서 관장하던 톈진에 무역관을 새로 열었다. 김준기 톈진무역관장은 “급격한 변화에 접어든 톈진을 물류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은 물론 대만의 유수 기업들까지 몰려오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소비재를 늘려야 소재ㆍ부품 쪽의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톈진(중국)=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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