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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 우리는 왜 '1988'에 응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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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 우리는 왜 '1988'에 응답했을까

입력
2015.12.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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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tvN 제공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tvN 제공

추억의 힘은 강렬하다. 2015년 하반기를 강타한 TV드라마 '응답하라1988'에 대한 열광은 역설적으로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국내총생산(GDP·2014년 기준) 세계 14위, 1인당 국민소득(GNP) 2만8,000달러의 경제지표와 정신적 행복은 왜 비례하지 않는 걸까. 지난 10일 통계청의 통계개발원이 낸 '한국의 사회동향 2015' 바탕으로 한국인의 삶을 돌아봤다.

● "밥도 술도 나홀로… 혼자가 편해요"

'나홀로'는 대세다.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7%, 총 507만여 가구다. '혼밥''혼술'은 일상이다. '편도족'을 위한 편의점 도시락은 여느 백반집 부럽지 않은 진수성찬으로 차려지고, 1인 가구를 겨냥한 냉동식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회식이나 모임 대신 홀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소포장 메뉴와 수입맥주도 인기다. 베스트셀러에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등이 올라 사회 흐름을 보여줬다. (▶칼럼보기)

혼자 있는 삶에도 익숙해졌다. 한국인 중 56.8%는 "여가시간을 혼자서 보낸다"고 답했다. 2007년(44.1%)에 비해 12.7%p 늘었다. 특히 10대(15~19세)는 73.3%, 20대는 71.1%가 여가를 홀로 즐긴다고 말했다. 반면 친구와 여가를 보낸다는 사람은 8.3%에 불과했다. 혼자 노는 시간은 주로 TV와 함께 보낸다. 문화체육관광부의‘2014국민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휴일에 가장 많이 한 여가 활동은 TV시청(51.9%·중복응답), 영화관람(48.6%) 등의 순이었다. (▶기사보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우울하고 자신감 없고… 스트레스 받아요"

혼자 노는 시간은 늘었지만, 정신건강은 약화됐다. 성인 남성과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각각 22.5%와 26.0%였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은 30대에서 여성은 20대에서 스트레스 수준이 가장 높아 사회활동이 활발한 세대의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어른들보다 청소년들이 더욱 심각했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7%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요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더 우울하고, 자신감을 자주 잃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최근 4주간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한국이 12.2%로 주요 29개국 평균 10.7%보다 높았다. ‘자신감을 잃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의 11.1%가 “매우 자주 또는 자주 그랬다”고 답했다. 29개국 평균인 7.3%보다 2.8%p 높았다. 전문가들은 "연대감 부족과 약한 사회 통합"을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사보기)

tvN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CJ E&M 제공
tvN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CJ E&M 제공

● "그 때 그 시절"… 추억에 반응하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고, 외로움에 익숙해진 한국인이 열광한 대중문화 코드는 '추억'이었다.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으로 시작된 예능과 가요계의 복고 열풍은 거셌다. MBC ‘복면가왕’과 JTBC의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다소 대중에게 잊혀진 가수와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장이었다.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만들어낸 쿡방의 열기도 이어졌다.

‘추억의 끝판왕’은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 서울 쌍문동 주민들의 가족·이웃·친구간의 정겨운 삶을 그린다. 20%에 가까운 시청률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인기 비결은 가족애와 이웃사촌 문화가 살아있는 시대에 대한 향수다. 그곳에선 전교 1등과 999등도 스스럼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주인집과 아랫집이 서로 음식을 나눠 먹고 이웃의 일은 내 일처럼 기뻐한다. '금리 17%' 적금통장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담던 시절이니 판타지로 다가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 (▶칼럼보기)

● “과거에의 향수는 행복에 대한 열망”

돌이켜보면 1980년대를 마냥 행복하게 추억하긴 어렵다. 변혁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기였지만 87년 민주화는 미완으로 종결됐고, 사회 곳곳에선 여전히 군인들이 위력을 발휘하던 시절이었다. (▶칼럼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추억에 열광하는 걸까.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은 한겨레 칼럼에서 "'응답하라 1988'의 향수는 좋은 세상에 대한 집단적 향수"라고 평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현실도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잊고 살았던 좋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는 얘기다.(▶칼럼보기)

‘행복’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던 올해도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OECD가 조사해 발표한 2015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상 행복지수는 143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118번째였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박근혜정부의 약속이 2016년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칼럼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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