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국의 교육계가 세종시를 주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예술영재학교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통섭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비전 아래 의욕 충만하게 출발했다. 신행정수도로 상징되는 세종시의 ‘명품 교육’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런 영재학교가 개교 첫 해부터 갈지자로 걷고 있다. 내부 갈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교장의 경영계획서 표절 논란까지 빚어지며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4일 표절한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영재학교 박 모 교장을 직위 해제했다. 경찰 제보로 2013년 경기 모 고교 교장 공모 당시 A교장이 제출한 계획서와 박 교장의 계획서를 대조해 표절 사실을 확인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박 교장이 사실확인서에 사인을 했다고도 했다.
시교육청의 이런 조치에 박 교장은 반발하고 있다. 표절 문제가 불거진 A교장의 계획서는당시 자신과 A교장이 함께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에서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지도 않고, 표절검증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을 직위 해제했다고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검증위 등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영재학교는 표절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시끄러웠다. 영재학교에선 교사 간 갈등으로 올해 경기지역 출신 교사들이 전출을 갔다. 표절 사태가 빚어진 것은 험한 말까지 오갈 정도로 심한 박 교장과 교감 간 갈등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학교 내부에선 소위 ‘줄 서기’가 심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표절 공방과 교직원 간 갈등은 학교가 내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창의적 미래융합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갉아먹고 있다. 이들은 이전투구로 바빠 학생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학생들은 각자의 명예와 입장에 몰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런 자녀를 보는 학부모들은 화가 나고 답답하다.
시교육청은 하루라도 빨리 논란을 끝내고, 학교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 박 교장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표절 여부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교직원 갈등 해소와 어수선한 면학분위기 만회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의 주인은 바로 학생이기 때문이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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