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로 완공 직전 공사 중단
활용방안 찾기 용역에 또다시 혈세 투입
경북 포항시가 완공 직전에 주민반대로 방치해 둔 포항시 북구 양덕동 포항승마장이 갈수록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거의 완공된 마방 2곳을 리모델링해 생활문화센터로 쓰기로 했으나 공사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이마저 포기했다. 승마장 착공 이전에 주민여론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한 포항시가 어설픈 재활용방안으로 또다시 시간과 설계비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는 지난 7월 1,671㎡ 규모의 마방 2개 동을 30억 원을 들여 생활문화센터로 바꾸기로 했으나 최근 이를 포기했다. 당초 30억 원으로 예상한 리모델링 비용이 설계 과정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결정 당시 미처 예상치 못한 마방 내 기둥과 보, 지붕틀 철거 등 작업 공정이 대폭 늘어났다. 확보해 둔 예산 30억 원 중 시비(14억5,20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국ㆍ지방비는 반납키로 해 포항시의 임기응변식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포항 승마장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설 자체가 승마장 용도여서 일반 건축물과 판이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개조하더라도 거액의 사업비가 들 수밖에 없고, 관련법에 저촉돼 용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포항시는 또다시 990만원을 들여 용역을 발주, 용역만능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는 탁구장 같은 생활체육시설이나 수경재배를 할 수 있는 도시농촌체험장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예산낭비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항승마장은 전임 시장 시절인 2013년 9월 포항시 북구 양덕동 2만7,776㎡에 실내승마장과 말 50여필을 사육할 수 있는 마방 2개 규모로 지어졌으나 주민 반발로 공정률 91%, 55억 원의 사업비 중 46억 원이 투입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겠다며 2,000만원이나 들여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이나 용역조사를 실시했고, 생활문화센터 개조를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비 6,300만원이나 지출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1년 동안 추진하던 사업이 무산됨에 따른 시간적 재정적 손실 부분 등 관계공무원의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며 “용역사의 용역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던 만큼 잘못된 용역에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타용도 활용 방안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과거 용역조사부분은 철저하게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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