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 가운데에는 자신의 고양이가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너무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방문진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문진료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고양이 진료에 필요한 여러 기계와 치료에 필요한 약물들을 모두 구비해 보호자의 집을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이동장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동물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면 고양이의 병이 깊어질 수 있다. 때문에 고양이가 이동장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평상시에 적응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고양이 이동장은 다양한 모양과 재질로 판매되고 있지만 이동장 적응 훈련에 적합하고 또 동물병원에서 진료하기 수월한 이동장은 이동장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분리되는 것이다.
상하 분리가 되는 이동장을 구한 이후에는 이를 이용해 집에서 고양이에게 이동장을 천천히 익숙하게 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먼저 이동장의 아랫부분만 고양이가 쉬기 좋아하는 곳 근처에 놓아둔다. 이동장 안에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담요나 방석을 깔아준다. 고양이가 스스로 이동장 안으로 들어가 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고양이가 이동장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식사 시간에 맞춰 이동장 안에 밥그릇을 놓는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고양이가 이동장 안에 있을 때에만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인 캣닢을 이동장 안에 뿌려주는 것도 고양이가 이동장과 친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고양이가 어느 정도 이동장 안에 익숙해지면 이동장의 윗부분을 덮어본다. 대신 이동장의 문은 항상 열어놓는다. 이동장의 문이 갑자기 닫혀서 고양이가 놀라는 일이 없도록 문을 떼어놓던가 고정시켜 놓는 게 좋다.
이동장의 뚜껑이 덮여 있는 상태에서도 고양이가 이동장 안을 편하게 생각한다면 이동장의 문을 닫아본다. 이동장의 문이 닫혀있어도 고양이가 이동장 안에서 편하게 있으면 이동장을 들어올리는 단계를 시도해본다. 이동장을 들어올리는 것도 괜찮아진다면 이동장을 들고 집 앞에 잠시 나갔다 온다. 고양이에게 어느 상황에서도 이동장이 안전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과정이다.
이 때 이동장을 낯선 냄새와 낯선 공간인 동물병원과 직결되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동물병원에 갈 때만 이동장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며 잠시 집 앞에 외출할 때에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어 함께 다녀오는 것도 이동장 적응훈련에 도움이 된다.
동물병원에서는 이동장의 윗부분만 분리해 고양이가 이동장 안에 있는 상태에서 진료를 한다면 고양이에게 진료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줄 수 있다.
고양이 이동장 적응훈련은 보호자의 시간과 인내심,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고양이의 이동과 병원 검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충현동물종합병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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