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지난 29일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북한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김 비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위원인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는 교통사고로 주체104(2015)년 12월29일 6시15분에 73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양건 동지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비서의 중책을 지니고 우리 당의 자주적인 조국통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어 “김양건 동지는 당과 혁명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과 조국과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 확고한 혁명적 원칙성과 겸손한 품성으로 하여 우리 당원들과 인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비서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충직한 혁명전사이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가장 가까운 전우”라고 평가했다.
김 비서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북한의 지뢰ㆍ포격도발에 따른 8ㆍ25합의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측 대표로 나섰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최룡해와 함께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찾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이후 군부와 대남라인의 주요 인물들이 잇따라 숙청되며 권력지형이 요동치는 와중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최근에는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인사 등을 결정하는 핵심기구인 정치국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비서는 2007년부터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아왔고,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건강이 악화한 이후에는 국제비서 역할까지 맡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교 브레인’으로 꼽혔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을 도맡아온 김 비서의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일단 소강상태가 불가피해졌다.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을 놓고 일부에서는 북한 내부의 권력암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될 가운데 김 비서가 사망해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가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돼 복권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직에서 해임된 최룡해의 이름은 김기남 비서와 최태복 비서 사이로, 장의위원 명단에서 6번째로 언급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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