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만에 가입자 1만2000명
농진청 전문가들 실시간 컨설팅
농업인들끼리 경험 나누고 조언도
출하 정보 공유해 농가 소득 증대
작황 파악, 수급 관리에도 활용
“재배한 고추 끝부분이 갈색으로 변색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무슨 병일까요?”(농업인 박모씨)
“물 부족으로 인한 칼슘 결핍일 확률이 높습니다. 칼슘 비료를 투입해 보는 게 어떨까요?”(농업인 함모씨)
“사진만 보면 칼슘 결핍 현상으로 보입니다만, 국립원예특작과학원으로 시료를 보내주시면 분석해보겠습니다.”(국립원예원 관계자)
최근 네이버 ‘밴드’의 ‘고추 기술공감’에 올라온 농업인과 농업전문가의 실제 대화 내용이다. 현재 밴드에는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무 참외 사과 블루베리 포도 감귤 단감 배 버섯 참다래 등 농산물과, 젖소 염소 닭 오리 한우 돼지 등 축산물의 기술공감 밴드가 23개 개설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술공감 밴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6월부터 시범 실시한 뒤 올해 7월부터 본격 출범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농식품 기술 컨설팅 사업의 일환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 1만2,382명, 컨설팅 건수 5,553건에 달할 정도로 농업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성공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공감 밴드의 성공 비결은 간단하다. 진입 문턱이 높지 않고, 농업인들이 피부에 와닿는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밴드 회원들은 농작물에 병해충이 발생하거나 가축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이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작물이나 가축의 사진을 찍어 질문과 함께 기술공감 밴드에 올린다. 그러면 동료 농업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조언을 하고, 농진청의 작목별 박사급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농식품부는 단순 질의응답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는 아예 전문적인 연구ㆍ개발(R&D)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전남 고흥군 과수원에서 신종 참다래 궤양병이 돈다는 사실이 기술공감 밴드를 통해 알려지자, 농식품부는 해당 과수원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해 과수원을 강제 폐원 조치한 뒤 연구 용역에 착수해 치료법을 개발한 바 있다.
여기엔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강한 의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SNS컨설팅은 정부 3.0의 대표 사례로, 기술컨설팅뿐만 아니라 농업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활성화시킬 것”이라면서 “특히 수급 관리에도 활용해 농가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기술공감 밴드를 농식품 수급 관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공산품과 달리 재고 보관이 어렵고 기후 등의 영향에 따라 작황 변화가 심해 가격 변동폭이 큰 농축산물의 수급 관리에 기술공감 밴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술공감 밴드에 가격 정보나 작황 정보를 공유하면 농업인들이 이를 참고해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을지, 언제쯤 출하할 지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보 공유는 농가 소득 확대로 이어진다. 표고버섯을 생산하는 박모씨는 버섯 기술공감 밴드의 ‘월별 표고버섯 가격변동 추이’를 참고해 표고버섯 가격이 높았던 올해 6월과 10월 버섯을 집중 출하, 평년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농식품부는 내년까지 품목별 기술공감 밴드 수를 30개까지 확대하고, 밴드에서 R&D 과제를 최소 10건 발굴해 농가 애로사항을 해소할 계획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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