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 뇌졸중 환자는 뚱뚱할수록 재활과정에서 더 빨리 회복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만이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지만, 재활 과정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비만의 역설'인 셈이다.
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KOSCO)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2012년 1월~2014년 10월 급성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을 진단받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57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논문을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Open)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를 65세 이상(1,132명)과 미만(925명)으로 분류한 뒤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저체중(BMI<18.5) ▦정상(18.5≤BMI<23) ▦과체중(23≤BMI<25) ▦비만(25≤BMI<30) ▦고도비만(30≤BMI) 등 5개 세부그룹으로 다시 나눠 재활치료 과정을 살폈다.
이들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은 18개 항목에 걸쳐 항목당 1~7점 씩 126점을 만점으로 하는 '기능적 독립측정’(FIM) 지표로 평가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주변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평가에는 재활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뇌졸중의 경중, 성별과 교육수준, 흡연 및 음주경험,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그 결과 65세 이상 고령인 그룹에서는 뚱뚱할수록 FIM 점수가 높아 일상생활 능력이 빨리 회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고령인 환자그룹만 보면 고도비만 그룹(37명)의 평균 FIM 점수가 111.6점으로 가장 높았고, 비만 그룹(326명) 106.5점, 과체중 그룹(316명) 104.2점, 정상 그룹(391명), 100.4점, 저체중 그룹(62명) 93.0점 순이었다. 그러나 65세 미만 환자그룹에서는 이 같은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김연희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비만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닌 만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고령인 뇌졸중 환자는 평소대로 근육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치료 받아야 뇌졸중 후유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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