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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진실 공방… 정 감독 사퇴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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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진실 공방… 정 감독 사퇴로 결말

입력
2015.1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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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여간 진흙탕 싸움을 벌여오던 서울시향 사태가 정명훈 예술감독 퇴진으로 귀결됐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갈등이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에 대한 불구속입건으로 이어지며 파국을 맞았다. 명장이 이끌어온 서울시향의 음악적 성취는 묻히고 상처와 규명해야 할 진상만 남았다.

대표와 갈등 끝 빚어진 파국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시향 직원 17명이 박 전 대표의 막말, 성희롱, 인사전횡 등을 주장하며 공개퇴진을 요구한 호소문을 언론에 배포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대표는 정 감독을 음해의 배후로 지목하며 진실 공방으로 비화됐다.

12월 말 서울시가 조사에 착수했고 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언어적 성희롱 및 폭언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대표에 의해 이뤄졌다”며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곧바로 시향 직원 10명이 박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박 전 대표의 자진 사퇴로 마무리되는가 했던 사건은 8월 종로경찰서가 “진술 외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반전됐다. 거꾸로 서울시향 직원들은 피의자(명예훼손 혐의)로 신분이 바뀌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11월 곽모(39)씨 등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서울시향 직원 10여명을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이 와중에 한 시민단체가 정 감독을 업무비 및 항공료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고액 연봉 등 논란이 불거지며 정 감독이 생채기를 입기 시작했다. 서울시 측은 그래도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부인 구씨가 박 전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27일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했다. 정 감독은 29일 사퇴의 뜻을 담아 단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발생하고 있고 발생했던 일들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훨씬 넘은 박해였다”며 이것이 “한국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시향 음악적 성취는 묻혀

사태가 이렇게 꼬인 데는 정 감독의 폐쇄적인 의사소통 방식도 한몫을 했다. 박 전 대표는 성추행 등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그의 취임 후 핵심인력 4~5명을 포함해 행정직원이 13명이나 사직할 정도로 파행을 빚은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정 감독과 갈등을 빚으며 정 감독의 고액연봉 논란과 횡령 의혹이 공론화했다. 또 음악 외에 외부활동, 발언을 극도로 꺼리는 정 감독을 대변해 부인 구모씨가 창구 역할을 하다가 명예훼손 혐의까지 받게 됐다. 한 클래식 음악평론가는 “예술가 기질이 강한 정 감독을 시향이 잘 지원했어야 했는데 박 전 대표와 갈등 끝에 행정직원이 대거 사직하는 바람에 의혹들에 대응이 제대로 안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감독의 급여는 기본연봉 2억7,000만원에 지휘료 회당 약 5,000만원선으로 그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취임 당시 계약한 2000년 연봉(800만프랑ㆍ한화 약 1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오케스트라들이 국세청(IRS)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2 시즌 시카고 심포니의 리카르도 무티가 24억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22억5000만원, LA필하모닉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143만달러(15억7,000만원)을 받는다. 빈 필, 베를린 필 등과 협연한 1급 지휘자인 정명훈의 연봉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2005년 정 감독 부임 후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시향은 지난해 8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을 받았고,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은 ‘국제클래식음악상’(ICMA)과 ‘BBC 뮤직 매거진상’을 받았다. 시향 관계자는 “정 감독은 연간 연주회 5회와 음반 녹음 지휘를 모두 무료로 진행했는데, 고액연봉 논란과 횡령 의혹으로 묻혔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사퇴하며 시향의 운영은 물론 평양 공연 등 박원순 시장의 숙원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시향 관계자는 “당분간 예술감독 없는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정 감독은 30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서울시향 지휘를 마친다”고 밝혔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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