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한 시인에게서 밤늦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짧은 안부 끝에 본론이 나왔다. “정아, 재즈가 대체 뭐다냐?” “갑자기 웬 재즈요?” “누구 아는 화가 집에 놀러 갔더니 재즈를 틀어놨기에 나도 한번 들어 볼라고 했지. 근디 30분 듣고 있는데 골이 빠개질 것 같아부러.” 웃음이 나왔다. 소 눈망울 같은 눈에 안경을 코에 걸친 시인의 순박한 얼굴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머릿속에서 엇박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느닷없는 심야의 재즈학 강론이 전개됐다. 내가 알기에 시인은 음악에 도통 관심이 없고,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도 죄다 뽕짝 가락. 싱커페이션이니 블루노트니 하는 전문 용어들에 “뭔 귀신 알밤 구워 먹는 소리여?”하는 반응이 당연했다. 숙고(?) 끝에 이런 비유를 들었다. “형, 된장엔 별 혐오도 이질감도 없지만, 메주를 방에 들여놓으면 어때요? 처음엔 냄새도 고약하고 보기도 흉하지만 적응이 되면 향도 은은하고 모양도 귀엽게 여겨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재즈에서 여러 음악이 파생된 거예요.” 내가 듣기에도 말이 될까 안 될까 싶은 소리. 그러나 시인은 개떡 같은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들은 듯했다. “아, 그니께 알아 묵겄네. 메주가 쫌 글체? 그럼 좀 더 들어볼게, 고마워.” 전화를 끊고 CD 목록을 뒤졌다. 존 콜트레인. 이 위대한 색소폰 주자는 과연 메주를 본 적 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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