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저물고 또 한 해가 다가온다. 여행ㆍ레저업계 리더들이 지난날 곱씹으며 마음 살피고, 새로운 한 해 맞을 준비하기 딱 좋은 여행지들을 추천했다. 끝없이 펼쳐진 겨울바다와 고즈넉한 포구들, 사위 고요한 호수와 겨울에도 초록이 가시지 않는 숲…. 이런 곳들 찾아 들어 가슴 활짝 펴고 큰 숨 한번 들이켜면, 먹먹함 풀어지고 한 해 다시 살아낼 힘 솟는다.
▲ 양미리가 가득한 속초항
●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강원 속초항
"속초항 한번 가봐야 합니다. 이맘때면 동해안엔 산란을 위해 양미리와 도루묵이 떼로 출몰합니다. 양미리는 구이도 맛있고 특히 말려서 간장에 조리면 훌륭한 반찬이 됩니다. 노란 알이 가득 밴 도루묵 역시 노릇하게 구워 뜨거울 때 먹으면 별미입니다."
양미리와 도루묵은 값이 싼 생선으로 삶이 퍽퍽할 때 민초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음식들이다. 이것들 부여 잡고 삶과 씨름하는 촌부들의 모습은 퍽퍽한 도시생활에 위안이 될 만큼 깨끗하고 아름답다.
액젓을 담그는 까나리가 양미리다. 겨울철 강원도 속초를 비롯해 강릉, 고성 등 동해안 북부지역에서 잘 잡힌다. 수십명의 촌부들이 자리 잡고 앉아 양미리를 손질하는 모습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속초항의 '진풍경'이다. 양미리와 도루묵을 파는 좌판과 포장마차도 부두에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속초는 해맞이 여행지로 손색없다. 속초해변, 외옹치해변, 등대해변 등에서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속초해변은 울창한 솔숲과 해변 앞으로 등대가 있는 조도가 있어 풍경이 더 멋지다. 이 외에 속초 등대전망대, 동명항 인근 영금정도 해맞이 장소로 제격이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큰 바위 위에 서 있는 영금정은 한 때 속초 관광지 가운데 가장 유명했을 정도로 바다 전망 장쾌하다.
▲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김성환기자
● 이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대표이사…제주 돌문화공원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돌문화공원은 제주 곶자왈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입니다. 조경이 아름다운데다 늪서리 오름, 큰지그리 오름, 작은지그리 오름, 바농 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으로 둘러싸여 '제주스러움' 오롯이 묻어나는 공간입니다. 분위기가 어찌나 자연스럽고 편안한지 생각을 정리하거나 복잡한 일상에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자주 찾아갑니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느낌도 다 달라요."
제주도 방언으로 숲을 곶자왈이라고 한다. 곶자왈은 참 독특하다.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범벅이 돼 수풀처럼 어수선하다. 화산 분출 시 점성 높은 용암이 흐르다 굳어 쪼개지며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가 됐고, 이를 비집고 식물들이 자라 숲을 이뤘다. 이런 지형은 보온ㆍ보습효과가 뛰어나고 지하수도 많아 난대식물과 한대식물이 함께 자란다. 그래서 항상 푸르다.
돌문화공원 인근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을 둘러보는 생태관찰로, 곶자왈과 초지를 거쳐 큰지오름까지 다녀오는 오름산책로 등 탐방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화순리 일대의 화순곶자왈, 선흘리 일대의 선흘곶자왈 등도 추천할만 하다. 구좌읍 평대리의 비자림도 추천할만하다. 비자나무는 제주와 남부지역 일부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걷기에도 부담 없을 만큼 탐방로 잘 갖춰져 있고 경사도 판판하다. 퍽퍽한 도시인이 천연한 마음 갖기 위해 새해에는 이런 숲 찾아가본다.
▲ 화천산천어축제. 한국스포츠경제 DB
● 최현석 하나투어 대표이사…강원 화천 산천어축제
"산천어축제에 꼭 다녀올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 CNN도 주목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겨울축제죠.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맨손잡기, 얼음썰매, 눈썰매장 등 다양한 즐길거리는 물론 산천어 구이와 회까지 먹거리도 푸짐해 가족끼리 연인끼리 겨울을 알차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눈 돌리면 즐길 것들 참 많다. 강원도 화천 얼음나라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다. 매년 몰리는 인파에 미국 CNN은 2011년 산천어 축제를 '겨울 7대 불가사의'로 꼽았다. 내년 1월 9일부터 23일까지 화천천 일원에서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얼음낚시, 썰매타기, 산천어 낚시, 맨손잡기 등이 마련되고 잡은 산천어는 축제장 인근에 마련된 구이 터나 회 센터에서 즉석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축제기간 선등문화제도 함께 열린다. 조용한 밤, 별빛 쏟아지는 화천 천 주위와 장터에 휘황찬란한 산천어 선등이 걸린다.
겨울호수 구경하면 마음 차분해진다. 화천에 파로호가 있다. 1944년 북한강 협곡을 막아 생긴 화천댐으로 인해 생긴 인공호수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을 수장한 곳이라 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이름 붙였다. 호수 주변에 높은 산들이 에둘러 있어 풍경이 참 우아하다. 호수 주변 쉬엄쉬엄 걸으면 쏜 살 같이 지난 한 해가 차분하게 정리된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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