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원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스트리밍)노래는 나얼의 ‘같은 시간 속의 너’(본보 12월29일자 17면)였습니다. 빅뱅의 ‘뱅뱅뱅’(2위)과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말지’(3위), 그리고 자이언티 ‘꺼내 먹어요’(4위)가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가온차트가 멜론과 벅스, 엠넷 등 6개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받은 음원 사용 횟수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12월19일까지 조사해서 낸 통계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올해 가장 많이 부른 곡은 무엇일까요? 가온차트는 음원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사용된 곡의 순위도 집계하는데, 소찬휘의 ‘티어스’ 가 ‘2015 노래방 차트’ 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곡은 지난 2000년에 나온 노래입니다. 15년이나 지나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이 곡을 가장 많이 찾은 이유는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있습니다.
소찬휘는 지난해 11월11일부터 올해 1월까지 5회에 걸쳐 방송된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에 출연했고, ‘티어스’ 를 불러 ‘폭풍 고음’으로 다시 주목 받았습니다. 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을 조명했던 이 방송이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화제가 되면서 출연 가수의 곡까지 덩달아 주목 받은 것입니다. 최태영 가온차트 과장은 “소찬휘의 ‘티어스’ 는 2013~2014년 노래방 차트 20위권에 든 노래방 스테디셀러”라며 “하지만 올해 갑자기 1위를 한 건 ‘무한도전’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무한도전’ 효과는 소찬휘만 본 게 아닙니다. 지난 8월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에 출연한 밴드 혁오와 래퍼 자이언티도 스트리밍 톱10에 데뷔 후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 에 출연한 가수들이 음원뿐 아니라 노래방에서도 빛을 본 셈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곡을 조사해보니 해마다 1위는 달랐습니다. 2011년엔 아이유의 ‘좋은 날’ 이, 2012년엔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 노래방 차트 1위로 조사됐습니다. 2013년엔 로이킴과 정준영이 Mnet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 ‘슈퍼스타K4’ 에서 부른 ‘먼지가 되어’ 가, 2014년엔 임창정의 ‘소주 한 잔’ 이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매해 달랐지만, 지난 5년 간 차트를 보니 꾸준히 사랑 받은 노래방 애창곡들이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임창정이 2003년 낸 ‘소주 한잔’ 과 이지가 부른 KBS2 드라마 ‘쾌걸춘향’의 삽입곡 ‘응급실’, 빅마마의 ‘체념’ 그리고 나얼의 ‘바람 기억’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노래방 애창곡 1위를 차지한 ‘소주 한잔’ 은 올해에도 소찬휘의 ‘티어스’ 에 이어 사람들이 두 번째로 노래방에서 많이 부른 곡으로 조사될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응급실’ 과 ‘체념’ 은 지난 5년 동안 매해 차트 톱10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5년 동안 톱10에 든 곡은 두 곡이 유일합니다.
◆지난 5년 간 노래방 애창곡 톱3 (가온차트 제공)
사람들이 오랫동안 노래방에서 애창하는 곡을 보니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가창력이 필요한 이별 노래이면서, 가사로 큰 공감을 산 곡이라는 점입니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란 후렴구가 인상적인 임창정의 ‘소주한잔’ 은 이별하는 연인들의 슬픔을 평범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해 인기를 누린 곡입니다.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야’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 ‘체념’ 도 이별의 여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공감을 산 노래입니다. 감탄사나 의성어를 연발하거나 노랫말의 이야기보다 가사의 각운 맞추기에만 급급한 아이돌 댄스그룹의 노래는 지난 5년 동안 노래방 차트 톱10에 한 곡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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