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EMS)를 부여하려는 유럽연합(EU)과 이에 반대하는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좀처럼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EU는 중국으로부터 수십억유로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EMS를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중국 기업들의 덤핑 수출을 막을 수 없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담당 고위 관리들은 최근 수개월 동안 EU 국가들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해왔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시장경제국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핵심전략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WTO는 중국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을 비시장경제국으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이나 EU는 중국 기업들이 수출하는 싼 가격의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시장 지배력 확대를 막았다.
하지만 EU는 올 3월 경기부양을 위한 3,150억유로(약 404조2,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키로 하면서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EMS 부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이르면 내년 2월에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FT는 EU 집행위가 중국의 요청에 점차 동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U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등은 중국의 손을 들어주자는 쪽이지만, 이탈리아 등 다른 EU국가들과 노동조합, 철강ㆍ섬유업계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종사자의 5분의 1이 줄어든 철강업계는 중국이 값싼 철강제품을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향후 논란의 핵심은 중국의 WTO 가입 조항에 대한 해석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6년 말에 EMS를 자동으로 얻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U가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하려는 것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법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가격 통제와 보조금 지급 등이 계속되는 점을 들어 EMS 인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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