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김현수(27)가 2년 700만 달러(약 82억원) 계약과 함께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29일 서울 대치동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을 했다. 공식 질의응답 후 이예랑 리코 에이전시 대표는 “2년 모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들어 가 있다”며 계약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김현수가 “만약 정말 부진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이자, 이 대표는 “선수가 원하면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내려가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취업 비자를 받는 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전날부터 개인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계약하기 전에도 몸을 만든 상태였다”면서 “비자가 나오는 대로 미국에 가 시차 적응도 하고 운동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랑 대표는 “현재 비자를 작성하는 중”이라며 “내년 1월 15~20일 사이 발급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로 가 볼티모어에서 지원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현수와 일문일답.
-볼티모어에 대한 느낌과 등 번호 25번을 선택한 이유는.
“야구장(캠든야드)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 번호는 (두산에서 달았던) 50번을 달고 싶었는데 없는 번호가 25번, 27번이었다. 27번을 달고 싶었지만 에이전시가 25번이 배리 본즈가 달았던 번호라며 추천했다.”
-캠든야드를 밟아본 소감은.
“야구장이 크고, 시설이 좋았다. 내년에 게임을 하면 느낌은 또 달라질 것 같다. 잠실구장과 비교해보면 (펜스까지 거리가)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대신 투수들의 공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장타가 많이 나올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
“모두와 붙어보고 싶다. 각 팀의 1선발들을 만나고 싶다. 한 명을 꼽는다면 보스턴에 간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공을 한 번 쳐보고 싶다. 정말 좋은 투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격적인 투수이고, 볼넷도 잘 안 주기 때문에 붙어보고 싶다. 빠른 공은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딪쳐봐야 할 것 같다. 시범경기 때 최대한 많이 나가 빨리 적응하겠다.”
-데뷔 첫 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스스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루키이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해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장점을 설명한다면.
“장점은 모르겠고 큰 단점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커트를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쉽게 헛스윙을 안 당할 자신은 있다. 삼진을 잘 안 당하는 건 초구부터 치는 경향이 있어 그렇다. 비결은 빠른 승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조언을 가장 많이 해준 사람은 누군가.
“도움은 리코 에이전시와 WMG 에이전트가 많이 줬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는 솔직히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갈 수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처음부터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은퇴는 어디에서 하고 싶은지.
“미국에서 잘 해서 은퇴한 뒤 돌아오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미국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강정호(피츠버그)가 정말 잘해줬으니까 이렇게 계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는.
“1군에서 뛰게 해준 김경문(현 NC) 감독님에게 우선 감사 드린다. 또 연습생으로 왔을 때 김광림 코치님이 1년을 고생했다. 송재박 감독님, 김민호 코치님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김광림 코치님이 타격을 이끌어주셨다면 김민호 코치님은 수비를 많이 도와줬다. 두산의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 적응이 관건인데.
“낮은 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바깥쪽 볼은 후하다고 하는데 일단 가서 스트라이크존을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심판의 콜에 말리면 안 된다. 심판이 콜하면 콜하는 대로, 비슷한 공을 치겠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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