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습니다."
삼성 박한이(36)는 2016년이면 프로에서 17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답게 겨울에도 쉴 틈이 없다. 개인훈련에 땀을 쏟으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다가올 2016시즌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면서 이전과 조금 다른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고민이 많다. 편한 시기에 주장을 하면 좋을 텐데 많이 힘든 시기에 맡게 됐다. 전지훈련이 두렵다"며 '진담 반, 농담 반' 소감을 전했다. 그의 '고민'이 담긴 취임 소감이다.
선수단 주장은 알게 모르게 신경 쓸 일이 많은 자리다. 여기에 삼성은 올 겨울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물며 5년 연속 통합 우승 달성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선수단 사정도 여의치 않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베테랑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방출됐고, 윤성환과 안지만도 같은 혐의로 의혹을 받고 있어 아직 거취가 불투명하다. 프렌차이즈 스타였던 박석민(NC)은 FA(프리 에이전트)로 이적했다. 삼성의 '위기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박한이는 "힘든 시기인 만큼 고참이 주장을 하게 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고민이 많다. 박한이는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말 한 마디를 잘못하면 선수가 신경을 쓸 수 있고,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주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주문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박한이는 "강압적으로 끌고 간다고 선수들이 하고 싶어 하겠나. 이런 상황에선 분위기만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오히려 편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건 선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누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 어느 때보다 분발을 해야 한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굳이 강조를 하기 보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한이는 "선을 지키는 안에서 웃으면서 야구를 하려고 한다. 마인드를 기분 좋게 해야 선수들도 야구를 하는 데 있어 눈치도 안 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 박한이.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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