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럴수록 구단들은 거액이 오가는 시장에 발을 들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팀당 144경기 체제는 주축 선수만으로 치를 일정이 아니다. 체력 부담에 따른 부상 위험 노출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각 구단이 두꺼운 선수층을 만들고자 '육성'에 눈을 돌린 이유다. 선수 육성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자원이 계속 나와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된다.
◇1군 부럽지 않은 퓨처스 훈련 인프라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대부분 구단들이 최신식 퓨처스(2군) 훈련 시설을 갖췄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각각 경산에 BB아크를, 이천에 챔피언스파크를 개관했다. SK는 올해 강화에 퓨처스파크를 완공했다. 쏟아 부은 금액도 상당하다. SK 퓨처스파크 건립에는 SK텔레콤이 총 450억원을 투자했다.
시설과 함께 육성 담당 지도자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LG는 레전드 투수 이상훈을 코치로 영입해 피칭아카데미 원장을 맡겼다. 이 코치의 역할은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이다. LG는 또 올해 외국인 타자로 뛰었던 잭 한나한을 타격 인스트럭터 및 해외 스카우트로 영입했다. 한나한은 지난 10월 이천 챔피언스파크를 찾아 기대주 야수들을 대상으로 2주간 지도하기도 했다.
넥센도 퓨처스와 루키팀(3군)을 전면 개편했다. 특히 뉴욕 양키스 외야수 출신 쉐인 스펜서 필드 코디네이터(기존 2군 감독 역할) 등 퓨처스팀에만 총 4명의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넥센은 이를 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팜 시스템에 기반한 넥센만의 전략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해외 전지훈련은 필수
추운 겨울에 해외 전지훈련은 그동안 1군 선수들만이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흐름은 퓨처스 선수들도 따뜻한 곳으로 떠난다. 이들에게 약속의 땅은 대만이다. 올 초 넥센, SK, KIA, LG, 두산, 롯데까지 총 6개 팀이 대만에서 땀을 흘렸다. 대만은 한국과 가깝고 기후도 따뜻하다. 현지 팀과 연습 경기 일정도 원활하게 잡을 수 있어 국내 구단들이 선호한다. 2군 해외 전지훈련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삼성은 줄곧 괌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NC는 아예 대규모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김경문 감독이 많은 선수들을 보고 싶어하고 동등한 기회를 주고자 1, 2군 선수 통합 총 60명 규모의 미국 전지훈련 선수단을 지난해부터 꾸렸다. 다른 팀들보다 10명 정도 많은 숫자다. 그리고 1차 캠프를 애리조나에서 진행하면서 2차 캠프 로스앤젤레스(LA)로 넘어갈 때 냉정한 평가를 통해 일부 선수들을 국내로 돌려보낸다.
◇퓨처스 선수들도 연봉 인상
2군 선수들은 대부분 최저 연봉 2,700만원을 받는다. 퓨처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하더라도 1군 성적이 없으면 연봉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SK는 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3년째 2군 연봉 고과를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투수 이창욱이 종전 2,400만원에서 3,200만원에 계약하고 최고 인상액(800만원)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올해도 SK에는 연봉이 오른 2군 선수들이 있다. 최고 인상액은 언더핸드 투수 박민호가 기록한 500만원(3,500만원→4,000만원)이다. 야수 중에는 내야수 최정민(2,700만원→3,000만원)과 포수 허웅(3,000만원→3,300만원)이 300만원씩 인상됐다.
사진=SK 강화퓨처스파크 실내연습장.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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