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들은 기업구단들과 함께 K리그를 이루는 한 축이지만, 흔히 자본 상태가 좋지 못하고 위상도 높지 않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동안 시민구단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돈을 쓰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운영조차 위태로웠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FC를 제외한 6개 시민구단 가운데 5곳은 2013년 3분기 기준으로 자산총계보다 부채총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성공사례도 없진 않다. 대표적인 시민구단으로는 성남FC를 들 수 있다. 성남은 올 시즌 성적뿐 아니라 관중동원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15승15무8패(승점 60)로 스플릿 A그룹 5위로 시즌을 마친 성남은 지난 2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유료관중 집계에서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해 평균(1,021명)에 비해 약 227% 늘어난 평균 3,298명의 유료관중을 유치했다. 유료관중 비율은 58.2%였다. 평균관중도 지난해에 비해 50% 증가한 5,664명을 기록했다. 시즌 누적관중은 시민구단으로는 유일하게 10만 명을 돌파했다.
성남은 창단 첫해인 지난해와 달리 무료 티켓을 나눠주던 관례를 정책적으로 없앴다. 학생 자원봉사자와 지역 유소년단체에만 무료 티켓을 배포했다. 객단가와 유료관중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성남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에 "시민구단인 만큼 지역밀착활동을 해왔다"며 "성남FC는 인근 100여 개 업소와 함께 축구거리인 '까치독존'을 조성했고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푸드락 콘서트'도 열었다. 성남시 전통시장과 연계해 선수의 이름을 딴 먹거리 4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황)의조빠닥, (김)두현두목김밥, (박)용지애꼬치다, (박)준혁선빵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고지역과의 스킨십은 자연스레 관중유치 효과로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언급한 것뿐 아니라 특히 성남지역 초등학생을 위해 '축구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초등학생 홈구장 방문 프로그램인 'SFC골든미션' 등을 15회(680명 참여) 진행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정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중유치 노력을 통해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성남은 시민구단의 순기능을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성남은 내년 시즌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수원FC는 같은 연고지의 기업구단인 수원 삼성과 경쟁하게 된다. 수원 삼성 팬들은 K리그에서 가장 열띤 응원을 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수원 삼성 홈 관중의 91.5%는 유료관중이었다. 이는 K리그에서 가장 높은 유료관중 비율이다. 시민구단인 수원FC가 어떻게 관중을 유치해나갈지, 그리고 지역과 어떤 방법으로 소통해 기업구단의 아성에 도전할지 주목된다. 수원을 연고로 한 두 구단은 순위 다툼만큼이나 장외대결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성남FC 선수들(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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