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허원제(64)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 여전히 위원직을 유지하며 전체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상임위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관련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사표 수리 전까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스스로 정치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위원은 지난 21일 내년 4ㆍ13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히며 상임위원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허 위원은 이날 상임위원 티타임과 23일 전체회의 등에 참석하며 이달 31일 논의 예정이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본안 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식의 지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방통위가 행정 예고한 이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ㆍ객관성ㆍ선거방송 심의결과 방송사가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등의 제재를 받으면 해당 방송사 평가 때 매기는 감점을 현행보다 2배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 개정안에 대해 방송사와 언론단체들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방통위의 언론통제 의도가 다분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방통위는 사표 수리 전까지 허 위원의 직무 활동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상 열흘 정도 소요되는 사표 수리 기간 동안 위원 신분은 유지돼 전체회의에 참석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위원이 이미 출마선언을 한만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9조가 정한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위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전국언론노조는 28일 경기 과천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허 위원의 직무를 즉각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공식 선언한 사람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책에 손을 대겠다는 건 공천 보장을 받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직을 발판 삼아 총선에 나가려는 시도 자체가 현재 방통위의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허 위원의 직무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방통위는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보궐 상임위원이 합류하는 내년 1~2월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78년 국제신문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허 위원은 SBS 정치부장 등을 거쳐 18대 국회의원(부산진갑)을 지냈다. 19대 때는 공천을 받지 못했고 지난해 여당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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