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빈혈환자ㆍ위 절제 환자 등 특정질환 환자에 도움
음주 등 비타민 결핍 시 보충… 만병통치약 맹신 ‘금물’
몸과 눈의 피로는 물론 어깨피로까지 풀어준다는 ‘활성비타민’이 최근 인기다. 급기야 ‘활성비타민을 먹고 안 먹은 차이를 경험하라’는 자신감 넘치는 광고카피까지 나왔다. 과연 활성비타민은 무엇이고 어떤 이점이 있는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활성비타민은 너도 나도 챙겨 먹어야 할 만인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먹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이다.
활성비타민은 기존 비타민에 화학적 변형을 가해 체내 이용률과 흡수율을 높인 비타민 제품이다. 비타민 B12를 활성화시킨 ‘시아노코발라민’과 ‘메틸코발라민’이 대표적이다.
비타민 B12는 누구에게 필요할까. 우선 악성 빈혈환자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악성빈혈이 발생한다”며 “과거에는 악성빈혈 환자들에게 시아노코발라민을 투여했지만 이것이 체내 흡수될 때 시안화합물이란 독성이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짐에 따라, 지금은 독성이 적고 체내 흡수가 잘되는 메틸코발라민을 투여하고 있다”고 했다.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도 비타민 B12가 필요하다. 위를 절제하면 비타민 B12가 체내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타민 B12는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촉진하기에 수면 장애에도 효과적이다.
노윤정 약사(부천 신세계 약국)는 “동물성단백질은 위산이 부족하거나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 분해 및 흡수가 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위를 절제했거나 위암 환자들은 비타민 B12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노 약사는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종합비타민제의 경우 시아노코발라민 성분이 함유돼 있지만 극소량이라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비타민B 복합체 중 순수한 형태로 얻어진 최초의 비타민인 비타민B1(티아민)도 활성비타민을 만든다. 마늘주사로 유명한 ‘알리티아민(allithiamin)’이 대표적으로, 만성 음주자들은 비타민B1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늘주사가 효과적이다. 비타민B1은 알코올 중독 환자 치료에도 사용된다.
햇빛을 통해 형성되는 비타민D는 피부 간 신장 등을 거쳐 활성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D3인 ‘콜레칼시페롤’로, 대부분의 종합비타민 내 비타민D 성분이 이것이다.
콜레칼시페롤은 양털의 라놀린이란 기름성분을 추출해 만든다. 라놀린 내에는 다양한 지방산과 알코올이 함유돼 있는데 여기서 콜레스테롤 구조 물질을 추출해 여러 단계를 거쳐 비타민D3가 완성된다.
비타민D는 콩팥기능이 떨어진 이들에게 필요한 활성비타민이다. 체내에 흡수된 비타민D는 간을 거쳐 콩팥에서 활성화 돼 콩팥기능에 도움을 준다.
활성비타민은 건강에 유의한 작용을 하지만 맹신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노준승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계에서도 논란은 있다”고 전제한 뒤, “만병통치약처럼 대중이 인식하게 된 것은 제약업체들의 광고 마케팅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질환이 있거나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활성비타민에 의존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비룡 교수는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 사람에게 활성비타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라고 하는 것은 비만인 사람에게 밥 대신 먹기 편하다고 죽을 먹여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활성비타민 등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타민제들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며 “과일, 채소 등 음식만으로 신진대사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각종 영양물질은 충분히 섭취 가능하다”고 했다.
노 약사는 “승모판탈출증이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비타민B12 혈중농도가 높아 고용량의 비타민B12를 섭취하면 안 된다”면서 “ 특정 활성비타민을 장기간 복용하면 불균형 현상을 불러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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