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바일 게임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체 게임산업의 중심에 위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규모를 전년 대비 23.3% 증가한 3조5,916억원으로 예상했다. 넷마블게임즈(넷마블)의 '레이븐 with NAVER(레이븐)'을 주축으로 한 역할수행게임(RPG)이 매출 상위권을 점령했으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 넷마블 독주 속 넥슨 반격 통했나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상반기 넷마블의 독주와 하반기 넥슨의 반격으로 나눠볼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 3월 모바일 RPG 레이븐을 출시하면서 장기 집권하던 '클래시 오브 클랜'을 밀어내고 양대 앱 마켓 최고 매출순위 정상에 올랐다. 이후 9개월 동안 1위를 유지하면서 장기간 흥행가도를 달렸다.
▲ 넷마블게임즈 제공
네이버와 처음 협업한 게임으로 기대감을 모은 데다, 당시 tvN 예능 '삼시세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기용하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3D 엔진을 차용한 고퀄리티 그래픽과 1인 육성형 성장 시스템도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레이븐은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한 6관왕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웹젠도 중국과 국내에서 인기를 거둔 온라인 게임 뮤(MU)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RPG '뮤 오리진'으로 레이븐과 맞섰다.
레이븐과 뮤 오리진의 흥행 이후 모바일 시장에서는 남성 배우의 묵직한 이미지를 앞세운 RPG 게임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넷마블은 차기 모바일 RPG '크로노블레이드 with NAVER'의 메인 모델로 하정우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연예인 마케팅에 나섰고 이후 쿤룬코리아가 '난투 with NAVER'의 메인 모델로 정우성을 기용했고 로켓모바일도 '고스트' 홍보 모델로 이정재를 섭외하며 남성 톱스타 모시기가 확산됐다.
이후 넷마블은 지난 11월 RPG '이데아'로 레이븐에 이은 흥행 열풍을 이어갔고, 넥슨도 같은 달 '히트(HIT)'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모바일 게임시장은 혼전 양상을 보였다. 이데아가 정상을 차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HIT가 정상에 등극하는 등 치열하게 흘러갔다. 전략게임 도미네이션즈로 게임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HIT를 최고 매출 1위에 올린 넥슨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올랐다.
▲ 넥슨 제공
그러나 곧바로 넷마블의 반격이 이어졌다. 톱10을 놓치지 않으며 수개월간 장기 흥행을 이어갔던 RPG '세븐나이츠'가 순위 역주행을 통해 HIT를 꺾고 양대 앱 마켓 정상에 오른 것. 28일 기준 현재 넷마블은 세븐나이츠를 필두로 10위권 내에 5개의 게임을 올려 놓으며 확실한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 넷마블게임즈 제공
이를 통해 넷마블은 매출 기준 업계 2위 자리에 올라서며 게임업계의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7,290억원을 기록하며 2인자 자리를 유지했던 엔씨소프트(6,013억원)를 제친 것이다. 현재 넷마블은 올해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절치부심 카카오, 자체 경쟁력 키워
모바일 시장의 주를 이루던 'for kakao' 플랫폼 대신 레이븐 등 탈(脫)카카오 게임들이 인기를 끌자 게임업체들은 카카오 수수료를 모델 섭외에 집중 투자한다.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수수료 인하 카드를 빼들었지만 탈카카오 흐름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 추가할 모바일 보드게임존에 집중했다.
▲ 카카오 제공
게임업계와 함께 지난 1일 모바일 보드게임의 문을 개방한 카카오는 보드게임존에 맞고게임 4종과 장기 2.0, 오목, 인생역전윷놀이 등 총 7종의 게임을 공개했다. 특히 사행성 논란에 부딪혔던 '맞고 게임'이 전면적으로 카카오 플랫폼과 만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프렌즈맞고(엔진), 애니팡맞고(선데이토즈), 맞고의신(조이맥스), 아이러브맞고(파티게임즈) 등 맞고 게임은 출시 직후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 카카오, 엔진, 다음게임 제공
이후 카카오는 자체 게임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게임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진과 다음게임의 합병을 결정한 것. 엔진과 다음게임은 지난 2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최종 결의했다. 양사는 내년 2월 임시주총을 거쳐 상반기 중으로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엔진이 되며 대표직은 남궁훈 현 엔진 대표이사가 맡는다. 엔진을 통해 PC·온라인과 모바일 영역을 아우르는 게임 퍼블리싱 분야를 강화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 IP 활용 게임의 명(明)과 암(暗)
인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출시도 활발한 한 해였다. 성장 동력 부재에 놓여있던 와이디온라인은 동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개발한 2D 턴제 RPG '갓 오브 하이스쿨(갓오하)'을 통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 와이디온라인 제공
갓오하는 지난 5월 21일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이후 7개월이 지난 28일 현재 최고 매출 순위 14위에 랭크돼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지난 8일 출시 이후 첫 번째 업데이트를 실시함과 동시에 HIT를 꺾고 최고매출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앱 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7위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갓오하의 흥행 이후 게임업계는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14년만에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된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앱 내 결제가 없는 대신 8,800원이라는 유료게임으로 출시돼 관심을 모았다. 원작이 갖는 IP 파워를 통해 티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유료게임 부문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출시한 지 5시간만에 관련 분야 정상을 차지했다.
▲ 로이게임즈 제공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퍼즐게임 NHN픽셀큐브의 '프렌즈팝'도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통해 친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게임을 개발한 NHN픽샐큐브는 '애니팡(선데이토즈)' 이후 모바일 퍼즐게임의 흥행 가능성 높인데 이어 최고매출 순위에서도 양대 앱 마켓 톱10에 안착했다.
IP를 통한 모바일 게임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가운데 표절시비로 인한 법정 다툼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지방법원 재판부는 게임사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며 관련 게임인 '포레스트매니아'의 도메인 사용금지와 함께 영국 킹(King)사에 손해배상금 11억7,000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영국의 게임사 킹(King)은 아보카도의 '포레스트매니아'가 자사의 '팜히어로사가'를 표절했다며 서울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킹의 승소를 통해 일부 게임업체는 유사 장르 게임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킹의 '팜히어로사가(오른쪽)'와 패한 '포레스트매니아'.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 킹 제공
업계의 관계자는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넷마블이 주도한 RPG 게임군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체 규모를 끌어 올렸다"며 "탈카카오 현상 이후 주춤했던 카카오가 내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