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의 해양 영토 확장에 맞서기 위해 ‘오키노토리 산호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조성을 조성하자,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서는 길목에 놓인 오키노토리를 확장해 중국의 대양진출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오키노토리는 일본 도쿄에서 남남서쪽으로 1,74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 위치한 산호초다. 태평양 수면을 기준으로 높이 70㎝, 가로 2m, 세로 5m 정도에 불과해 파도가 조금만 일어도 물 속에 잠긴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태풍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산호초 형성이 약화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산호초를 살리고 크기를 더 확대시키기 위해 필사적 연구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키나와현 쿠메지마에 있는 심층수 연구센터에서 산호초를 ‘배양’하고 있다. 오키노토리 산호초에서 작은 크기의 산호초를 가져와 약 1년간 금속판에서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낸 뒤 다시 오키노토리 산호초에 갖다 놓는다. 마코토 오모리 도쿄 해양과학기술대학 교수는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 최초로 3 헥타아르 정도의 ‘인공 산호섬’이 조성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이렇게 산호초 형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오키노토리가 경제적ㆍ군사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은 오키노토리를 ‘섬(시마)’이라고 주장하면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는 반면,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은 “섬이 아닌 바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법상 섬은 EEZ 설정의 근거가 되지만, 바위(암석)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섬으로 인정받으면, 200마일 배타적 경제 수역이 형성되면서 자원의 보고인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오키나와에서 대만 근처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해상 영토를 크게 넓힐 수 있다. 또 미국의 잠수함 괌 기지 설립을 지원하기가 용이해 진다. 특히 중국의 핵잠수함 이동 경로와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에서 충돌할 경우, 군사적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오키노토리’ 조성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인공섬’과는 달리 국제적 비난을 피하면서 영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측은 기대하고 있다. 내심 오키노토리를 되살리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오히려 친환경 정책으로 평가 받을 수 있고, 이렇게 우호적 국제여론을 조성해 국제법상 ‘바위’가 아닌 ‘섬’으로 인정받겠다는 게 일본의 계산이다.
하지만 일본의 꼼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오키노토리와 배양 연구소간 먼 거리를 오가는 작업이 쉽지 않은데다, 꾸준한 모니터링도 불가능한 상태다. 또 이식된 산호초가 날로 높아지는 해수면과 쌓이는 모래들을 제대로 견뎌낼 지도 미지수다. 오모리 교수는 “산호초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지만, 이식된 산호초 망실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또 이식된 산호가 자연 확장력을 갖고 있는 지도 확인되지 않아 ‘산호섬이 커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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