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직전, 예비모임이 있었다. 태어나 처음 가본 학교. 투박한 직사각형 건물을 보며 병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40년 다 돼가는 일인데,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하다. 아픈 곳도 없으면서 왠지 아파야할 것만 같았다. 어머니 팔을 붙들고 징징거렸던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 지청구 몇 마디에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데, 교사들이 아이들을 나눠 교실에 앉혔다. 호명만 듣고 따라 들어간 한 교실. 엄마 손을 잡고 5,60명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곤 일순 당황했다. 모두 여자아이들이었다. 여자들로 득실대는, 남자가 나밖에 없는 밀폐된 공간은 그때가 처음이지 싶다. 내가 ‘저들’과 다르다는 이질감이 공포로 다가왔다. 알고 본즉, 성별에 따라 인원을 나눴는데 내가 여자 쪽으로 분류됐던 것. 특이한 이름 탓일 수도, 남녀 구분이 힘든 옷차림과 외모(지금과 달리 당시엔 ‘태국소녀’ 같았다) 탓일 수도 있었다. 어머니가 황망해했고 나는 그냥 울어버렸다. 울면서도 마음이 이상하게 편했던 것 같은데, 그게 더 이상하게 죄 짓는 것 같아 더 울었다. 그 ‘이상한 편안함’에 대해 요즘 가끔 생각해볼 때가 있다. 학교의 실수인지 나 자신의 오류인지 세상 전반의 착각인지 늦게나마 따져볼 문제 아닌가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옷 입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그 ‘이상함’을 잘 누려보면 어떨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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