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전횡에 부인까지 비리 연루
정 감독 "직책 내려놓고 음악 전념
재계약 상관없이 내년 공연 지휘"
오늘 이사회서 재계약 여부 결정
서울시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향 이사회를 열어 정명훈 예술감독 재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정 감독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올 초 감사에서 드러난 정 감독의 전횡과 정 감독의 부인의 허위 사실 유포 지시 등이 드러나면서 재계약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27일 “내일 이사회에서 ‘정명훈 예술감독 재계약 체결안’을 상정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며 “예술감독직 유지 여부, 계약 조건 등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하고 심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계약 체결안에는 부당 지급 논란이 있었던 예술감독의 항공료와 호텔비 지원범위, 협찬과정에서의 이해상충 우려가 지적된 비영리재단 미라클오브뮤직 이사장직 겸임, 서울시향 이외의 다른 공연에 대한 허용 기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정 감독과 1년 임시계약을 한 이후 정감독과의 재계약 체결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시 감사관의 조사결과 밝혀진 지인 특채와 매니저 항공권 가족유용, 대표 승인 없는 외부 공연 등 8건의 부정행위에 대해 ‘중대한 위법사항이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지난 8월 정 감독이 재계약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정 감독을 설득하며 재계약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향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부각되며 정 감독의 과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늘고 있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정 감독의 부인 구모(67)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정 감독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계약서에 정 감독과의 재계약 조건 합리화를 포함한 시향 규정 등 그 동안 제기된 문제점이 보완되지 못할 경우 재계약을 밀어붙인 시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 감독이 시향 발전에 기여한 점을 중시해 정 감독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해간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이사진 중에 외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정 감독의 예술 감독직 유지를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안건 자체를 불승인할 수도 있어 이날 재계약 성사 여부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을 아꼈다.
정 예술감독은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 직책을 내려놓고 음악에만 전념하되 청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일정이 잡힌 내년 공연은 지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재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정기공연 지휘만 9회 예정돼 있다.
한편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서울시향 정관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서 이사장이 제청하고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정 감독의 기존 급여는 기본연봉 2억7,000만원에 지휘료가 회당 약 5,000만원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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