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의 유력 지도자 중 한명인 자흐란 알루시가 25일(현지시간) 정부군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이 보도했다. 반군이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내전이 격화하면서 내년 1월로 예정된 평화협상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성명을 내고 “국가적 임무의 하나로 펼쳐진 특수작전으로 알루시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리아군도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 구타지역 내 반군 거점에 공습을 가해 반군단체 ‘자이시 알 이슬람’의 지도자 알루시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 소식통은 새로 도입한 러시아제 미사일을 이용한 시리아 공군기의 공습으로 알루시를 포함한 수십명의 반군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알루시는 구타지역에서 열린 지휘관 회의에 참석했다가 공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인권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알루시와 그의 측근 지휘관 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고,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도 트위터에 알루시 추모 글을 게재해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알루시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래 적극적으로 반군 활동을 주도하며 알 아사드 정권에 맞서 왔다. 알루시가 이끄는 자이시 알 이슬람은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 아래 구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외신들은 알루시의 사망으로 반군단체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리아의 군사전문가 하산 알 하산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이시 알 이슬람이 조직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관련 보도에서 알루시의 죽음을 “가장 중요한 반군의 손실”이라고 쓴 군사전문가 찰스 리스터의 트위터 글을 인용했다.
이번 공습으로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시리아 평화협상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드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2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내년 1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회담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알루시의 사망으로 알 아사드 정권과 평화협상에 나서기로 했던 ‘반군-야권연대’의 한 축이 휘청거리게 됐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알루시의 사망으로 내전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부 함맘 알부와이다니를 새 지도자로 선출한 것으로 알려진 자이시 알 이슬람이 보복 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정부군도 추가 공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알루시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향후 평화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지난 9월부터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공습에 나섰지만, 그간 반군 진영에선 자신들의 거점이 수 차례 공습 당한 점을 들어 러시아가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양정대기자 torch@ham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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