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7)가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루며 볼티모어와 계약한 금액은 2년 700만 달러(약 82억원)이다. 연 평균 몸값은 350만 달러(41억원).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 425만 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팀 내 외야수로 보면 아담 존스(1,3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연봉은 팀에서 거는 기대치를 반영한다. 볼티모어가 계속 외야수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로스터를 보면 김현수가 외야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높다. 붙박이 중견수 존스를 제외하면 코너 외야수 두 자리는 정해진 주인이 없다. 우익수와 좌익수로 뛰었던 헤라르도 파라, 스티브 피어스 그리고 외야 백업 요원 데이비드 러프가 모두 FA(프리에이전트)로 풀렸다.
볼티모어는 FA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의 잔류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이 경우 트레이드로 데려온 강타자 마크 트럼보가 1루를 맡게 된다. 만약 데이비스가 잔류하면 트럼보는 외야로 향할 수 있다. 외야 보강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현수에게는 놀란 레이몰드(2015시즌 61경기 타율 0.247, 6홈런 20타점)가 현실적인 경쟁자다. 이외에도 다리엘 알바레즈(12경기), L.J. 호스(8경기), 헨리 우루티아(10경기 출전) 등 잠재적 경쟁자가 있지만 이들은 아직 빅리그에 당장 통할 기량이 아니다.
볼티모어 지역 방송사 MASN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볼티모어가 여전히 외야 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김현수는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좌익수 카드"라며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외야의 천웨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대만 출신 투수 천웨인은 볼티모어에서 2012년부터 4년간 46승32패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했다.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김현수의 정교한 타격과 출루율 때문이다. MASN은 김현수가 KBO리그에서 지난 8년간 3할 이상의 타율을 달성했고, 2008년에는 0.357의 타율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3년간 타율이 0.303, 0.322, 0.326로 상승곡선을 그린 점에도 주목했다.
그렇다고 주전이 보장된 건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경쟁력을 보여야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에게 투자한 금액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해설위원은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수준"이라고 밝혔다. 즉 김현수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구단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현수에 앞서 볼티모어와 계약했던 한국인 투수 윤석민(KIA)은 단 한 번의 등판 기회도 잡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했다.
김현수는 계약 발표 직후인 2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계약을 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성적은) 리그가 달라 잘 모르겠다. 내년에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갔다고 해서 혼자 개인 기량을 발휘하겠다기보다는 팀 선수들과 잘 융합해 팀워크를 잘 맞출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볼티모어 김현수.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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