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본격 심리 치료 받을 듯
일부선 “심리 그림 완성도 높아 치료 희망적” 진단도
토끼 인형 성탄 선물에 “너무 좋다” 연발
인천의 학대피해 아동 A(11)양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는다.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그림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A양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지만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 ‘마음의 병’치료에 희망이 보인다는 진단도 내렸다.
25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A양은 현재 간 수치, 몸무게 등 신체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는 심리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소아 심리치료에 전문성을 가진 소아전문병원 등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통상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에 대해 심리검사를 한 뒤 상태에 따라 2~6개월 간 심리치료를 한다.
A양도 지난 15일 심리검사를 받았고 18일에는 아동 정신건강의학 진료를 받았다. 여기서 나온 심리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심리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22일 A양을 면담하며 ‘HTP 검사’(나무, 집 등을 그리게 해 아동 심리를 파악하는 검사)를 진행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소아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A양은 매우 위축된 상태다.
A양의 심리검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 등 안정감을 느끼는 치료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치료자는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 심리치료의 가장 첫 단계이자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홍강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피해 아동이 다양한 놀이를 통해 치료자와 친해지면 안심하고 부모한테 학대 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놀이 과정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동은 학대 이후 갈등과 뒤따르는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힘들었던 기억을 역할극 등을 통해 다시 경험하도록 하면서 스스로 당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트라우마 치료’다. 정경운 국립서울병원 소아정신과 과장은 “트라우마가 있으면 비슷한 상황에서도 심한 감정적 동요나 회피 등의 반응이 일어난다”며 “이런 치료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감정 컨트롤 기술을 갖게 되면 본격적으로 트라우마에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에 공개된 ‘HTP 검사’ 내용을 유추해 볼 때 A양의 심리적 회복이 희망적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홍강의 명예교수는 “A양이 나무와 집을 아주 작게 그렸지만 꽃도 있고 집도 잘 정리된, 망가지지 않은 집인 것을 보고 ‘이 아이가 희망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굴뚝에서 연기 대신 꽃이 나오고, 아버지를 처벌해 달라고 말하는 것 등은 학대피해아동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아이의 그림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양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 연수경찰서 직원 3명은 24일 밤 11시쯤 A양이 입원중인 병원을 찾아 토끼인형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A양은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병원 침대에서 뒹굴 뒹굴 거리며 “너무 좋다”라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아빠와 엄마에게 모두에게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안심시키자 A양은 “고맙다”고 전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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