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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 함께 읽으며 희망 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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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 함께 읽으며 희망 찾았으면”

입력
2015.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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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작가로 참여한 유해정(왼쪽) 인권활동가와 책을 편집한 박대우 창비 인문사회출판부 팀장. 올해 1월 출간된 책은 12월 22일 16쇄 7만4,000부를 찍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작가로 참여한 유해정(왼쪽) 인권활동가와 책을 편집한 박대우 창비 인문사회출판부 팀장. 올해 1월 출간된 책은 12월 22일 16쇄 7만4,000부를 찍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10월 충남 당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주최측은 인권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애기 엄마들. 지난해 여름 당진 신터미널 광장에서 시작된 엄마들의 세월호 1인시위가 북콘서트로 연결된 것이다. 첫 시위자는 참사 당일인 4월 16일 둘째를 출산한 아이 엄마다. 미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 그를 다른 아이 엄마가 보고 동참하면서 시위는 1년 넘게 이어졌다.

책에 작가로 참여한 인권활동가 유해정씨는 올 1월 책이 출간된 뒤 이런 식의 크고 작은 행사에 70번 넘게 불려 다녔다. 작가 없이 열린 모임까지 따지면 전국 각지에서 최소 100회 이상의 책 관련 행사가 열린 셈이다.

“사건을 기록하는 책을 만들 때 보통은 출간과 함께 일이 끝나요.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출간이 시작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모임이 생길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22일 한국일보 사옥을 찾은 유해정씨와 편집자 박대우 창비 인문사회출판부 팀장의 손엔 바로 전날 출시된 오디오북이 들려 있었다. 출간 1년이 돼가지만 책은 낭송, 뉴스 펀딩, 강좌 등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나날이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책은 12월까지 16쇄 7만4,000부를 찍었다.

참사 직후 ‘어떤 식으로든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자’고 뜻을 모은 작가기록단 12인은 그 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 13명을 인터뷰했다. 쏟아질 듯한 부모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쉽게 얻은 것이 아니다. 스스럼없이 자식 얘기를 하던 부모들은 녹음기를 켜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여론에 난도질 당한 마음은 누구도 믿지 않으려 했다. 유씨가 인터뷰한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는 열 번째 만남 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렵게 모은 목소리는 가공 없이 구술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출판사에서도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 책에는 틀린 어법과 중복된 말들이 고스란히 살아 나왔다. 유씨는 “글 안에 개입하는 게 두려웠다”고 말한다. “아이가 배 안에 갇혀 죽었어요.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해도 모자랄 시기를 부모들은 단식하고 삭발하며 보냈어요. 그 마음을 보통 사람이 헤아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가진 형용사론 불가능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를 건져올리는 모습을 그린 손문상의 삽화
세월호를 건져올리는 모습을 그린 손문상의 삽화

원고를 건네 받은 박대우 팀장은 한 달 안에 책을 만들어야 하는 빠듯한 상황에도 참여자를 최대한 늘리고자 했다. 삽화를 제안 받은 만화가 유승하, 최호철씨가 “최대한 많은 만화가들을 섭외해오겠다”고 약속해 윤태호, 김보통, 손문상, 조남준, 마영신, 홍승우 총 8명의 만화가가 표지화와 삽화를 보내왔다. 개그맨 김제동, 평론가 허지웅씨도 추천사를 써줬다. “한 사람이라도 더 관여시키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어요. 아직 수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 책이 증거가 됐으면 했습니다. 책 만드는 사람한테 사명감을 주는 책이 있는데 이게 바로 그런 책이에요.”

제목을 정할 땐 갈등 아닌 갈등이 있었다.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이 부모들을 다시 울게 하진 않을까 작가들이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러나 서점 MD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현 제목으로 낙점됐다.

작가기록단은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와 생존 학생을 인터뷰한 책을 준비 중이다. 유씨는 끊임없이 사람을 모으는 이 책이 또 어떤 일을 만들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혼자 읽기 두려운 책이에요. 부모가 죽으면 과거를 잃지만 자식이 죽으면 미래를 잃는다고 하잖아요. 이 책은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를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함께 읽으면 희미하게나마 희망이 보여요.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있구나, 아직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라는 걸 확인하면서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편집 부문 수상작 ‘금요일엔 돌아오렴’.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편집 부문 수상작 ‘금요일엔 돌아오렴’.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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